美·이란 전운 글로벌 증시에 찬물, 국내증시도 '빨간불'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미국·이란 사이의 전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뉴욕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국제유가와 금값이 상승하는 등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초 강세가 예상됐던 국내 증시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블루칩 우량주 지수인 다우존스 지수,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전일 세 지수가 1% 안팎의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두바이유,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 지표가 각각 3.65%, 3.55% 급등했다.

미국이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을 사살하면서 본격화된 미국·이란 사이의 전운은 좀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이 즉각 미국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보복이 현실화되면 이란의 중요 거점 52곳에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맞받아쳤다.

미국·중국 무역갈등 해소 등의 대외여건 호전에 국내 기업 실적개선 등 대내 분위기 개선으로 모처럼 반등하려던 국내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뿐 아니라 한국 증시에도 미국·이란 관계가 심각한 변수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 증시는 안전 자산 대비 위험 자산의 선호도가 강해지는 시점에 강세를 보여왔다. 때문에 중동발 변수로 재차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 우리 증시의 반등 에너지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3일 증시에서 코스피는 장 초반 2200을 돌파하는 등 강한 상승탄력을 보였으나 이란 측에 대한 미국 폭격 사실이 알려지면서 2160선까지 일거에 밀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루만에 원·달러 환율이 1167원 상단으로, 원·엔 환율이 1065원선에서 1080원선까지 치솟은 점은 6일 증시에 부정적인 징후들이다.

한대훈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졌던 시장에 변수가 생겼다"며 "미·중 무역합의 서명을 위한 중국 류허 부총리의 방미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얼마 전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러시아·이란과 합동 군사훈련을 한 바 있다. 미국과 무역협상에 이란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주말 미국 증시에서도 이번 사태가 상승랠리 이후의 차익실현 욕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이 나타났다"며 "우리 증시도 지수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지금은 여건이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유가 선물이 전일 대비 3% 상승하고 금값 역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글로벌 전반적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됐다"며 "중동 이슈는 테러 등 국지전에 우려가 지속되는 불확실한 상태로 올해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중동발 이슈가 장기화될지 여부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변수만 제외하고 본다면 중동발 리스크가 우리 증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유가가 중장기적으로 급등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기업에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해 펀더멘털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