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원전도…"왜 북한 못줘서 안달"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검찰이 2일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자료를 삭제하는 데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을 대상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3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 당시 공무원이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진 사무실에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2020.12.3/뉴스1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원자력발전 자료 삭제 목록 가운데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 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원전 지원이 철 지난 검토사항이었다고 치부한다고 해도 정부의 친북성향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내각에서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마저 코로나19(COVID-19) 시국에 아직 국민 접종도 시작하지 못한 백신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온 터라 발화점에 달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북한 원전건설 방안 등은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감사원 감사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부 삭제 자료목록 530건 중에 포함됐다. 자료 가운데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등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삭제된 파일 중 북한 관련 파일은 모두 17개로 모두 '60 pohjois'라는 폴더 안에 포함됐다. '뽀요이스'(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을 의미한다. 파일 작성 날짜로 추정되는 '2018년 5월 2월', 2018년 5월 14일', '2018년 5월 15일' 등은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 기간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정부가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북한에서는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일부에선 민생고로 국민이 힘든 와중에도 현 정부가 '북한 퍼주기'에만 골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2018년 이후 남북 협력사업으로 북한 지역 원전 건설을 추진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 남으면…北 지원할 수도"여론이 타오른 까닭은 기저에 깔린 현 정부의 대북 태도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내각에선 아직 한국인이 제대로 맞아보지도 못한 코로나19 백신의 북한 지원 문제도 불거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18일 "백신이 좀 부족해도 함께 나누는 게 더 진짜"라며 백신 공유를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튿날 외부지원을 거부했다.

백신 지원에 관한 입장은 반복됐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27일 외신기자 정책토론회에서 "(현재 확보된) 5600만명분의 백신에 더해 추가로 2000만명분이 계약되고 모두 문제없이 활용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경우에 따라 백신이 남을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제3의 어려운 국가 혹은 북한에 백신을 제공할 가능성을 닫아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예단하기 쉽지는 않지만 그런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총리실은 이후 인도적 차원의 원론적 언급이었으며, 정부 안에서 검토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각 수반의 인식이 너무 순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에 원전이나, 백신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 여론에선 비판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들에는 "북한 인권에는 침묵하고, 독재 정권에는 퍼주고, 자국 산업은 죽이고"라는 댓글들이 붙었다. 다른 누리꾼은 "또 다른 형태의 퍼주기, 못줘서 안달인가"라는 자조적인 비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