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창업한 한국인, 그에게 베팅한 LS家 장손···10년뒤 잭팟 터졌다

[이노머니]
-디지털 헬스케어 '눔' 정세주 대표, 6000억 시리즈F 투자유치...기업가치 37억불 '껑충'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 2012년 100만불 시리즈A 투자..."눔의 철학과 열정에 매료"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 포메이션8의 구본웅 대표

LS가(家) 장손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가 오큘러스, 위시, 쿠팡에 이어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기업 '눔(NOOM)' 초기투자로 또 한번 잭팟을 터트렸다. 2012년 눔의 기업가치가 2000만 달러 수준일 때 1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10년새 기업가치가 37억 달러로 수직상승하면서 대규모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현지에 벤처캐피탈을 설립하고, 신기술·신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구 대표의 선구안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눔은 최근 5억4000만 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놈은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37억 달러(약 4조12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구 대표는 2009년 미국에 설립한 하버퍼시픽캐피탈을 통해 2012년 눔의 시리즈A에 약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눔의 기업가치는 약 2000만 달러 수준이었다. 그동안 눔이 여러번 투자유치를 진행한 만큼 하버퍼시픽캐피탈의 보유지분 가치가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감안해도 수십배에 달하는 대규모 시세차익이 가능할 전망이다.

눔은 한국인 창업가 정세주 대표가 28세 때인 2008년 미국 뉴욕에 세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식생활, 운동, 생활습관 등의 정보를 모아 AI(인공지능)이 건강관리를 해주는 애플리케이션 '눔 코치'를 서비스하고 있다. 전 세계 회원 수는 4900만명에 달한다.


1999년 홍익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진학한 정 대표는 대학시절 공부보다는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첫 번째 사업인 해외 희귀음반 유통으로 큰 돈을 벌기도 했다. 이후 2005년 대학을 중퇴하고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20대 청년에게 타향살이는 쉽지 않았다. 두 번째 사업으로 뮤지컬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사기를 당해 빚만 지고 말았다. 눔은 정 대표의 세 번째 사업이다. 친척의 소개로 구글 수석 엔지니어 출신이자 공동창업자인 아텀 패타코브를 만난 것이 기회가 됐다.

눔 정세주 대표

구 대표가 정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1년이다. 당시 IT 기반의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정 대표의 의지와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고 한다.

구 대표는 "처음 만난 정 대표와 페타코브 CTO는 IT와 엔지니어링으로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었고 열정도 넘쳤다"며 "지금 많은 산업들이 적용하는 AI와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선구적으로 융합했고, 천재 엔지니어를 삼고초려해서 영입하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장애를 가진 엔지니어를 위해서 세심하게 회사의 환경과 문화를 만들었다"며 "인재의 소중함을 진정으로 아는 리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눔이 기업가치가 급등하면서 이르면 내년쯤 나스닥 상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블룸버그는 눔이 1년 안에 10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구 대표는 눔의 성공이 지난 4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과는 다른 성공의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하버퍼시픽캐피탈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1500억원 수준일 때 시리즈B 투자에 참여한 바 있다.

구 대표는 "눔의 성공은 한국인 창업자가 한국 시장에서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런 성공이 기반이 돼 국내 자금이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부투하는 한국인 창업자들에게 투자가 될 수 있도록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기업 눔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