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녹색전환, '에너지 안보 강화' 위한 필수 선택지"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에너지전환을 하도록 하는) 요인에는 탈탄소화가 있지만 에너지 자립(Autarkie)이라는 매우 중요한 요소도 있습니다. 에너지 자립을 확보하고 에너지 안보를 통제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는 지난달 22일 서울 성북구 대사관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전환에 "두 가지 영역이 있다"며 '안보'라는 정치적 요인에 방점을 찍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치와 경제가 얽힌 상황이 심화하면서 에너지전환이 기후변화 대응 외에 안보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선택지가 됐다는 설명이다.


슈미트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독일만이 아니라 한국에게도 전환점이 된 사건이라 생각한다"며 "러시아가 모든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경제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 했다. 러시아가 정치적·군사적 목적을 이유로 독일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와의 대규모 교역관계를 끊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미중관계 변화·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가속화한 세계 경제 분절화 등 지정학적 변화가 공급망·산업정책 재편 등을 타고 에너지·산업·모빌리티의 '녹색전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슈미트 대사는 "양국은 모두 수출국이자 제조업 국가인만큼 세계화는 독일에도, 한국에도 매우 좋은 것이었다"며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러한 경제적 논리가 정치적 고려에 의해 뒤집히거나 바뀌는 걸 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지정학·지경학적 변화가 수출·제조업 중심국이란 공통점을 가진 두 국가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유럽은 한국 제조업체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 의존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유럽에서 더 많은 제조업을 하는 게 유용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 했다. 이어 "점점 더 많은 독일 기업들이 한국으로 오는 걸 볼 수 있다"며 "독일 기업들은 한국이 우수한 첨단 기술 연구와 제작 역량을 갖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런 협력이 더 늘어날 것"이라 했다.


그는 "양국은 매우 강력한 철강·자동차·화학 산업을 갖고 있다는 또다른 유사점이 있다"며 제조업 중심 국가의 탈탄소화화가 "더 어렵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도 했다. 이어 산업의 탈탄소화를 이행하는 데 녹색 철강 이니셔티브처럼 특정 업종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공정으로 전환하도록 촉진하는 제도를 도입·지원하는 부문별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동시에 그는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이 실제로 선호하는 전체적인 아이디어는 탄소시장에서 탄소 거래에 가격을 매긴 다음 시장 메커니즘이 어떻게 처리하는 지를 보는 것"이라 했다. 탄소 배출량에 가격을 매기면 정부가 세부적으로 관리하지 않아도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도입한 배출권거래제(ETS) 등이 이미 약 20년간 독일을 포함한 유럽 지역 기업들에 적용돼 왔다. 전세계적으로 이외 각 국가별 탄소가격제가 탄소세 등의 형태로 시행 되고 있다.

한국과 독일이 녹색전환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는 수소와 풍력발전을 꼽았다. 그는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수소가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에서 해상 풍력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슈미트 대사는
△2023~현재 주한 독일대사 △2018~2023 주태국 독일대사 △2014~2018 베를린 외무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및 사헬 특임관 △2006~2014 베를린 연방대통령청 아시아·호주·아프리카·개발협력 과장대리 및 과장△런던대학교 SOAS(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 전문 단과대) 극동아시아학 석사 △홍콩대학교 역사학·경제학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