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재팬' 한국이 만든다

#1. 인천에 위치한 건설중장비 부품 제조회사 성보P&T는 최근 일본의 한 중장비 업체에 대형 크레인 핵심 부품인 '유압식 주행 구동 유닛' 1억달러어치를 납품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성보P&T는 그동안 일본 업체에 소규모 주물 부품을 납품한 적이 있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주요 부품을 납품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업체는 조만간 굴착기 핵심부품도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다.

#2. 일본의 소니는 최근 액정디스플레이(LCD) TV에 사용되는 전기아연 도금강판을 한국의 포스코에서 공급받기로 했다. 전기아연 도금강판은 자기장을 외부로 방출시켜 오작동을 방지하는 기능을 가진 고급 철강재다. 소니가 국외에서 철강재를 공급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는 올초 일본 토요타 자동차 일본 공장에 처음으로 철강재를 납품하기로 한데 이어 또한번 기술력을 과시하게 됐다.


20일 지식경제부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최근들어 국내 부품·소재 기업이 깐깐하기로 이름난 일본 완성품 업체와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과 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일 부품소재 조달·공급 전시회는 일본 업체들의 한국산 부품·소재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전시회에는 미쯔비시중공업 등 59개 일본 기업이 참여해 국내 부품·소재 업체와 600여건의 구매 상담을 벌였다. 또 성보P&T를 비롯해 LED업체 S사, 이동통신부품업체 파트론, 전기부품업체 대륙 등 국내 8개 부품·소재 업체가 일본 업체와 9 건, 2억8600만달러어치의 수출계약 및 MOU를 체결했다. 일부 일본 업체는 부품 설계 도면까지 들고와 한국 업체에 납품을 문의하기도 했다.

일본 업체가 한국산 부품·소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원/엔 환율 상승으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동시에 한국산의 기술력이 그만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도 된다.


김성진 지경부 부품소재 총괄과장은 "일본 기업들은 한국 제품이 아무리 싸져도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의 성공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와 부품·소재 기술을 교류하기로 합의한 것을 계기로 얻어낸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대일 무역역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부품소재 전용공단을 조성할 것을 지시하는 등 이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을 키워 만성적인 대일 무역역조 문제에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전시회 기간 중에는 킨텍스를 찾아 전시 기업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정부는 만성적인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품·소재 분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보고 있다.

대일 무역적자는 2000년 114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27억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무역적자 132억달러의 2.5배에 달한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물품 가운데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지경부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기는 어렵겠지만 기술력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경우 부품·소재 무역역조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시회 성공을 계기로 다음달 말 일본 전자업체 히타찌의 바이어 10여명을 초청하고 오는 9월부터 일본 토요타와 샤프, 간사이전력 등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11월에는 도쿄에서 국내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부품산업전시회를 연다. 아울러 경북 구미 부품소재 전용공단에 올해 안에 일본 업체를 입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다음달 일본에서 로드쇼를 벌인다.

정부는 또 국내 부품·소재 기업의 기술력을 한단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 10.8% 증액한데 이어 내년에도 10% 이상 늘리고 중소 부품·소재 기업간 인수합병(M&A)도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