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하마스 군사기지" 동조한 美…이스라엘 알시파 내부 진입

미국 백악관이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의료기관을 군사 작전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를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하마스는 미국이 거짓 주장으로 이스라엘의 학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 진입해 군사작전을 펼쳤다.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로이터=뉴스1

이스라엘 편 드는 미국…하마스 "학살 신호 줬다"14일(이하 각 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하마스는 알시파 병원에 무기를 저장하고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행위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지하드가 알시파병원을 포함해 가자지구 내 일부 병원들과 그 아래 터널을 이용해 군사작전을 은폐 및 지원하고 인질을 억류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 조직원들은 알시파 병원에서 지휘통제본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 방위군(IDF) 수석대변인이 13일(현지시간) 하마스 지하 땅굴 입구 중 하나로 진입해 란티시 병원 지하로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터널과 연결된 병원 지하실에서 하마스의 소총, 수류탄 등 군사장비가 놓인 모습을 보여줬다./사진=이스라엘 정부 엑스 캡처

이스라엘군은 이달 초부터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어린이를 포함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지만, 이스라엘은 알시파 병원 등 의료기관을 거점으로 쓰는 하마스가 민간인을 방패 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이날 란티시 병원이 하마스의 지휘소 등으로 이용됐다는 증거를 공개하며 병원 공격의 정당성을 부각했다.

백악관은 이런 이스라엘 측 주장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낳는 병원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커비 조정관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무고한 사람들이 있는 병원에서 교전이 벌어지는 것을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하마스의 행위가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을 경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미국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커비 조정관의 발언은) 이스라엘이 의료 시스템을 붕괴하고, 팔레스타인인을 가자지구에서 쫓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병원을 표적 삼아 더 잔혹한 학살을 자행하도록 신호를 줬다"고 비난했다. 이어 "유엔이 국제위원회를 구성해 가자지구의 모든 병원을 돌아다니며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인 미국의 주장이 거짓말임을 밝혀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12일(현지시간) 알시파 병원의 신생아들이 정전으로 인해 인큐베이터에서 꺼내져 침대에 누워 있다/로이터=뉴스1

이스라엘군, 알시파 병원 내에서 공습 시작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병원이 국제법상 보호 대상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 방위군(IDF) 수석대변인은 "최근 몇 주간 하마스가 병원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국제법상 특별한 보호 대상 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며 "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려면 병원에 숨은 하마스 대원들이 항복해야 한다"고 했다.

IDF는 15일 새벽 알시파 병원에 본격 진입했다고 밝혔다. IDF는 이날 성명에서 "정보와 작전상의 필요성에 따라 시파 병원의 특정 지역에서 하마스에 대한 정밀하고 표적화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부대에는 의료팀과 아랍어 구사자가 포함돼있고 이들은 복잡하고 민감한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특정 훈련을 받아 민간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가자지구 보건부도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공습을 예고했다고 밝혔다. 가자 보건부 대변인 아슈라프 알 키드라는 "이스라엘이 몇 분 안에 알시파 병원 단지를 공습할 것이라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키드라 대변인은 가자 당국자들이 국제적십자위원회에 이스라엘의 공습 경고에 대해 알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알시파 병원에는 환자 약 650명을 비롯해 직원 200~500명과 1500여명의 피란민이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