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금융사, 리먼·메릴린치에 14.4억弗 투자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국내 금융회사들이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에 각각 7억2000만달러씩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리먼브러더스의 경우 파산보호를 신청, 국내 금융회사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메릴린치는 BoA(Bank of America)가 채무를 승계하기로 함에 따라 손실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은행과 보험, 증권 등 국내 금융회사들은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7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ELS와 유가증권에 각각 3억9000만달러와 2억9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반면 리먼브러더스에 직접 대출해 준 금액은 28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리먼브러더스에 투자한 금액을 모두 손실처리하더라도 지난해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의 3% 수준에 불과하다”며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개별회사별로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함에 따라 오는 16일 서울지점에 금감원 검사인력을 파견해 재산 상태를 실사하고 국내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반업무를 신속히 수행하기로 했다. 국내 지점의 경우 본사가 영국에 있는 만큼 향후 조치는 영국 감독당국과 협의할 예정이다.

이날 BoA에 전격 인수된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금액도 7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 역시 유가증권과 ELS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BoA가 메릴린치의 채무를 승계하기로 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긴급 대출자금을 요청한 AIG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영업중인 AIG는 국내에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보험 계약자 보호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금감원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외화유동성 비율 등 유동성 관련지표는 감독당국의 지도비율을 상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당국은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회사별 밀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과 협의해 외화유동성을 적기에 공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