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천연물신약 기대감…아직 갈길 멀다

황창규 지식경제 연구개발(R&D)기획단장이 최근 강연에서 천연물 의약품을 미래의 유망사업으로 꼽으면서 관련분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풍부한 한의학 데이터베이스(DB)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하면 선진국도 진입 초기 단계인 천연물 신약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가 내놓은 천연물 신약이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국내 업체들도 천연물 신약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12일 식약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국내에서 17건의 천연물 신약이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천연물 신약 임상승인 14건은 넘어선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 8건, 2007년 7건의 천연물 신약 임상승인이 이뤄진 바 있다.

국내에서 천연물 신약의 성공사례로는 동아제약 (104,900원 ▼200 -0.19%)의 위점막보호제 '스티렌'이 꼽힌다. 스티렌은 쑥에서 유파틸린이라는 성분을 추출해 만든 천연물 신약이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스티렌으로 83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상반기 매출도 445억원이다. 국내에서 스티렌보다 매출이 높은 의약품은 플라빅스 1개뿐이다.

동아제약은 천연물 신약 위장운동촉진제 'DA-9701'에 대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에 품목 허가신청에 들어가 2011년에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SK케미칼 (42,450원 ▼450 -1.05%)의 관절염치료제 '조인스'도 연간 매출 200억원을 상회하는 대형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SK케미칼은 최근 조인스의 원료를 생산할 신공장을 준공했다.

천연물 신약은 자연에서 유래되기 때문에 특허신약에는 포함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천연물의약품 개발에도 신약을 개발하는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태호 동아제약 천연물신약연구팀 수석연구원은 "천연물신약은 천연물에서 유효성분을 발견해 내고 이를 뽑아내 신약과 동일한 수준의 임상시험을 거치게 된다"며 "흔히 생각하는 생약제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유효성분을 찾아내는 원천은 천연물이지만 효능을 검증하는 절차는 화합물 신약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천연물의약품은 성분이 다양하고 작용기전이 복잡하기 때문에 난치성 만성질환에 적합하다"며 "단일성분인 화합물 의약품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아토피관련 질환이나 비만 분야 등에 대한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부터 천연물을 의약품으로 많이 이용해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전통의약 지식분야에서 외국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초기 연구개발 비용 감소 및 국제경쟁력 확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연물신약이 해외로 수출돼 블록버스터로 성장하기까지는 적잖은 장벽도 존재하고 있다는 평가다. 각 나라마다 허가기준이 다른데 따른 것이다. 때문에 해외진출을 노린다면 개발단계부터 글로벌시장 기준에 맞춰 천연물신약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외에서도 천연물 신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천연물 신약은 화합물 의약품보다 안전성 면에서 우수하다는 점이 장점이 높게 평가 받는데 따른 것이다.

이달미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도 이런 천연물 신약의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은 항암효과에 주목한 천연물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앞으로 천연물 신약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