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하루만 늦어져도···

외환은행 인수를 코앞에 둔 하나금융지주 (61,300원 ▼200 -0.33%)가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 결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르면 16일로 예정된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져 인수대금 납부 시한(3월말)을 지키지 못 하면 329억원(주당 100원)의 지연배상금을 론스타(외환은행 대주주)에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은 '먹튀논란'을 빚어 온 론스타의 배만 불려주는 셈이 된다는 점에서 '국부유출' 우려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르면 16일 금융위원회를 열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도 병행 심사해 결과물을 동시에 내놓을 전망이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 여부 심사는 이에 앞서 이번 주 안에 결과가 나온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승인을 일단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대주주 적격성과 자금조달 계획, 인수 이후 하나금융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칠 영향 등에서 큰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금융당국 복수의 관계자들도 그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역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큰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문제는 승인 시점이다. 이달 안에 승인이 날 지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맺은 주식매매계약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달 안에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 월말까지 론스타에 주식매각 대금을 납입해야 한다. 인수대금 납입이 하루만 늦어져도 론스타에 주당 100원씩, 총 329억원의 지연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승인 심사를 위한 금융위원회는 매월 첫째, 셋째 주에 열린다. 첫째 주는 이미 지나갔다. 16일로 예정된 금융위에서 인수 승인이 나지 않으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지만 부담이 없지 않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반발과 일각에서 제기하는 시비거리들을 마냥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그러나 인수 승인을 미루면 미룰 수록 금융당국에 더 큰 짐이 돌아올 것이란 시각도 있다. 승인이 지연될 경우 5조원 상당의 매각 차익을 이미 거둔 론스타가 수백억원을 더 챙기게 돼 '국부유출'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특별한 하자가 없는데 론스타의 배를 불려주면서까지 승인을 미룰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환은행의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이번 인수건을 서둘러 매듭짓는 게 좋다는 견해도 나온다. 인수 승인이 미뤄지고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불안이 지속되면 은행 고유 업무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고객 이탈로 이어져 외환은행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우려도 있다. 인수 승인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면 외환은행 노조의 '정서적 거부감'이 더 커져 소모적 갈등을 더욱 부추길 염려도 크다.

은행 통합 경험이 있는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은행간 인수합병(M&A)의 성공 키워드는 '화학적 결합'인데 인수 이전부터 불필요한 논쟁이 계속되면 통합 과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통합 금융그룹의 갈등은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은 금융당국의 승인 외에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9부 능선은 넘은 상태다. 4조6888억원의 인수 대금 마련을 끝냈고 경영진 선임도 완료됐다.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김종열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경영 연속성을 살려 외환은행 인수 이후 원만한 통합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새 외환은행장엔 경영능력이 검증된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이 내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