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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갱단출신 수배자 14년간 '타인의 삶'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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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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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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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말소된 타인 신분으로 위장, '인우보증제'로 쉽게 신분세탁

미국에서 살인미수로 지명수배를 받던 미국 갱단출신 재미교포가 14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주민등록 제도의 허점을 노려 타인의 명의로 신분을 세탁한 그는 강남 등지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며 억대의 연봉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국에서 '1급 살인미수'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다 타인의 주민등록을 도용, 신분을 세탁하고 어학원을 운영해온 혐의(사문서 위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미국 갱단출신 재미교포 김모씨(33)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김씨는 LA지역 필리핀계 갱단출신으로, 17살이던 1997년 5월 공범 2명과 함께 경쟁관계에 있던 멕시코계 갱단 2명에게 권총을 발사했다. 미국 LA경찰국은 1급 살인미수 혐의로 김씨를 수배했다.

같은 해 7월 한국으로 도망 온 김씨는 친척의 지인인 문모씨의 도움을 받아 같은 마을 출신 이모씨의 명의로 주민등록을 신청했다. 김씨의 가족은 물론 문씨 역시 김씨의 수배사실을 알고도 신분세탁을 도왔다.

이씨는 5살때 미국으로 이주해 주민등록이 직권말소 상태였다. 김씨의 부모와 같은 마을에 수년간 거주하며 친분을 쌓아온 반장 최모씨는 인우보증제도(병원이 아닌 곳에서 사망했을 경우 보증하는 제도)를 통해 이씨가 마치 한국에 돌아온 것처럼 확인해줬다.

이씨의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문 등이 전혀 등록되지 않은 상태였다. 때문에 최씨의 확인만으로도 김씨는 이씨로 새 인생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거주하던 이씨는 자신의 주민등록이 도용된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경찰은 김씨의 신분세탁을 도운 문씨와 최씨를 추적했지만, 최씨는 이미 사망했다. 문씨 역시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면했다.

이후 김씨는 이씨의 명의로 여권과 운전면허증, 건강보험증 등을 새로 발급받고 수차례 갱신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누렸다.

2002년부터 강남 일대 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며 강남, 이태원 등지 클럽에서 유학생들과 어울렸다. 심지어 34회에 걸쳐 중국, 태국, 홍콩 등지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 500만원가량의 수익을 올리는 영어강사로 살아가던 김씨는 2008년 클럽에서 만난 유학생 출신 강모씨(36)와 의기투합해 강남 신사동에 SAT전문 어학원을 차렸다.

고졸인 김씨와 강씨는 자신들의 학력을 미국 명문대학인 UCLA, 샌디에고 주립대학교 출신인 양 홍보했다. 미국유학을 준비하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SAT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들의 어학원은 입소문을 타고 상당한 평판을 얻었다. 김씨는 연봉 1억5000만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어학원이 인기를 얻자 교육청에 등록하지 않은 무자격 영어강사를 고용해 초·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등록법상 국외이주 등의 사유로 지문채취를 못한 경우에는 인우보증인의 보증 등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등록이 가능하다"며 "너무 쉽게 신분세탁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족간계를 증명할 수 있는 생체적·의학적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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