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강등후 국채금리 되레 하락, S&P아이러니 재연

등급하락 후 국채금리가 오히려 더 내리는 아이러니가 또 생겼다. 프랑스,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이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즈(S&P)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했지만 오히려 더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했다.

비밀은 유럽중앙은행(ECB)에 있다. 지난달 산하 은행에 3년만기로 5000억유로를 쏘아준 효험을 톡톡히 발휘된 결과라는 평가다. 다만 최근 발행된 것들이 보다 만기3년이하의 단기물이어서 만기 10년 등 장기물에도 시중자금이 유입될 지 낙관하기 이르다는 시각은 많다.


S&P 등급 강등후 佛, 스페인 국채발행금리 도리어 하락

17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는 12개월과 18개월 만기 국채 49억유로 어치를 발행했다. 12개월 만기 국채 금리는 2.049%로 지난달 13일 발행 당시 4.05%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18개월 만기 국채 금리도 2.399%로 전월 4.05%에서 크게 내렸다.

EFSF는 182일 만기 채권을 15억 유로어치 발행했다. 금리는 0.2664%였으며 응찰규모는 3.1배였다고 독일 분데스방크는 전했다.


앞서 S&P는 스페인의 AA-에서 A로 두 단계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EFSF의 등급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16일에는 프랑스가 국채 발행에 성공해 등급강등의 수모를 털었다. 프랑스는 18억9500만유로(24억달러) 규모의 국채 1년물을 발행했는데 낙찰 금리는 0.40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일 1년물 발행 당시 평균 낙찰금리 0.454%보다 낮은 것이다.

프랑스는 이와 함께 총 85억9000만유로 규모의 3개월물, 6개월물 국채를 발행했는데 3개월물과 6개월물 평균 낙찰 금리는 각각 0.165%, 0.281%로 직전 국채 발행 당시 낙찰 금리 0.167%, 0.286%보다 낮았다.

ECB유동성공급 효과 톡톡..장기국채시장에도 통할까 주목

등급강등 후 연이은 국채발행 성공소식에 증시는 환호했다. 뉴욕증시도 이날 1% 가량 상승중이다. S&P500 지수는 1300탈환을 노리고 있다.

CNBC에 따르면 M&G 발로레스의 니콜라스 로페즈 선임 애널리스트는 "ECB의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조치가 유럽에 만연한 신용경색을 완화하고 유로존 주변국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작년 8월초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지만 미국 국채금리는 더 내렸다. 이때는 안전자산을 찾는 글로벌 자금운용 수요가 집중적으로 유입된 영향이었다.

그러나 과연 ECB가 은행에 공급한 자금이 만기 3년이 넘는 장기 국채시장으로 유입될 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시각이 적지않다. ECB는 지난달 역내 은행에 만기3년으로 한정해 5000억유로를 대출해줬었다.

조달금리는 1%에 불과했다. 따라서 은행으로서는 운용해 수익을 얻고 싶지만 만기 3년을 초과하는 자산은 자산-부채간 불일치(미스매치)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독일 코메르츠뱅크의 데이비드 슈나우츠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로존 국채발행 금리가 크게 낮아진 것은 ECB의 유동성 공급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ECB효과가 어디까지인지는 이번주 스페인의 만기 10년 이상 국채입찰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스페인 7, 10년물 국채 입찰 주목

19일 스페인은 만기 4년, 7년, 10년짜리 국채를 35~45억유로 어치 발행할 예정으로 있다. 만기 7, 10년물은 ECB가 공급한 유동성 만기를 크게 초과하는 것이어서 결과가 크게 주목된다.

지난달 ECB가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한 뒤 발행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단기물금리는 그전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만기 10년짜리 장기물 국채금리는 소폭 하락에 그쳤다. 현재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6.6%수준,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는 5.15%수준이다. 19일 발행될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는 대략 5.5%선에 낙찰될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ECB는 위기수습을 위해 유로존 국채를 직접매입하라는 시장의 압박을 물리치고 은행에 자금을 공급해서 우회적으로 신용경색을 푸는 전법을 채택했다. 위기국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통화정책의 규율을 지켜가자는 취지다.

이 전략의 힘이 미치기 힘든 장기물 국채시장에는 급할 때 들어가서 회원국 채권을 직접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금액이 작아 금리 급등만 막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