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우리 회사에 외국인이 있어요!

기업의 성공은 직원들의 경력, 배경, 나이, 성별 등 다양한 측면을 활용해 직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합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데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대기업들은 해외 사업을 관리하는 데 있어 차별화되고 폭넓은 관점을 얻기 위해 외국인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 현재는 대다수 외국인 직원들이 영업부문에서 일하고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외국인 인력을 본사 또는 생산, 연구개발(R&D)부서에 고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외국인 전문가들을 고용할 때 얻는 이점은 상당히 크다. 외국인 전문가들이 사무실에 함께 상주함으로써 외국 문화 및 업무 스타일이 자연스레 공유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가진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관점이 가져다주는 가치 또한 무한하다.

그러나 개인적 경험에 비춰 볼 때 한국과 같은 단일민족 국가에서, 또 획일적인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 외국인 직원들을 효과적으로 융합하는 일에는 여러 가지 도전과제가 발생한다. 이는 대부분 문화와 언어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외국인 전문가가 한국어가 능숙하고 한국의 업무 스타일과 기업 문화에 익숙하다면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cross-cultural friction(문화마찰)'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외국인 인력과 한국인 직원 간 소통 언어는 영어다. 한국인들의 영어 회화실력이 좋아졌기 때문에 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서류상 커뮤니케이션이다. 많은 경우 외국인 전문가들을 위해 문서를 번역 하거나 통역사를 고용해야 한다. 모두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추가적인 비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외국인 직원이 제공하는 이익으로 볼 것인지는 경영진이 판단할 몫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 기업은 반드시 외국인에게 정식 직책을 부여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또 부여하게 되면 어떤 직책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한국 조직 문화 내에서 외국인 직원에게 직책을 주지 않으면 결국 그 직원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해당 외국인 직원이 한국인들이 익숙한 조직문화에서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에서는 직원에게 주어지는 업무, 직원에게 거는 기대,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직원들에 대한 존중은 안타깝게도 조직 문화의 서열 속에서 직원들이 갖는 공식적인 위치에 따라 절대적으로 달라진다.
만약 기업에서 외국인 전문가에게 직책을 부여하지 않거나 혹은 나머지 직원들과는 다르게 별도의 직책을 부여하면 한국인 직원들은 그 외국인 전문가를 어떤 호칭으로 부르고 그와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 전문가로서의 존재 가치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대다수의 경우 외국인 직원을 고용하는 이유가 그간의 틀에서 벗어나 업무 프로세스를 보다 유연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 가지 딜레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외국인 전문가를 기존에 있던 서열 구조 내로 한정 짓는 것조차 그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시나리오를 추가하자면 외국인 전문가의 직책이 너무 낮게 정해질 경우 그가 갖고 있는 능력이나 자격과는 무관한 업무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외국인 전문가에게 적절한 직책을 부여해서 그가 가져다 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끌어내고 차별화된 기여를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적절한 직책'이란 같은 나이 혹은 경험을 갖고 있는 직원들과는 조금 다른 직책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나이는 그 사람이 기업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과 직결된다. 한국은 아직까지 연차에 따라 승진하기 때문에 완전한 능력주의 사회가 아니다. 따라서 한국인 직원들은 자신의 능력보다 직책에 맞는 업무가 주어진다. 이렇기 때문에 같은 나이의 한국인 직원보다 외국인 직원이 훨씬 더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도 그 역할이나 영향력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또 단지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경청의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책임의 정도가 제한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막 외국인 전문가를 고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외국인 전문 인력의 직무 기술과 관련해 엄격한 잣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과 일치시키는 작업이야말로 외국인 전문가들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외국인 전문가가 처음에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고용이 됐는데 실질적으로는 영문문서 감수 혹은 기업 직원들을 위한 영어강의 요청을 받게 된다면 그 외국인 전문가가 장기적으로 회사에 남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제조업 위주 경제에서 지식 및 창의 기반 경제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는 다양성, 유연성, 창의야말로 추가돼야할 필수 항목이다. 글로벌 비즈니스와는 동떨어진 한국의 낙후된 관행, 시스템, 낡은 사고방식을 뿌리 뽑을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