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EB로 두마리 토끼 잡은 대우증권

KDB대우증권이 현대그룹의 주식 관련 거래에 잇따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상선 (16,180원 ▼340 -2.06%)의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을 주관했다가 900억원이 넘는 실권주를 떠안으면서 적잖은 타격을 받았지만 이로 인해 현대그룹과 관계는 오히려 돈독해진 모양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 (40,850원 ▼600 -1.45%)터는 21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대신증권은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두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친분 덕분에 지난 몇 년간 현대그룹의 재무 해결사로 활동해왔다. 따라서 이번 거래에 대표주관사로 참여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반면 대우증권이 대표주관사로 참여하는데 대해서는 의아한 시선이 있다. 몇 달 전 현대그룹의 거래에 참여했다 큰 코 다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지난 5월 현대상선의 EB 발행에 단독 대표주관사로 나섰다. KB금융지주 주식을 기초로 1304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해 싱가포르 등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할 계획이었다. 외국계 IB(투자은행)가 아닌 국내 증권사가 해외 EB 발행을 주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대우증권은 EB의 기초자산인 KB금융지주 주식이 워낙 잘 알려진 종목이라며 투자자 모집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흥행은 참패였다. 발행 물량 중 대부분이 미매각됐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대우증권의 몫으로 돌아왔다. 계약에 따라 대표주관한 대우증권과 인수단인 현대증권이 7 대 3의 비율로 실권주를 나눠 가져갔다. 당시 대우증권이 떠안은 물량은 912억원 가량이었다.


이 거래로 대우증권이 쌓아온 IB 명가의 자존심은 금이 갔다. 딜 가뭄이 극심한 가운데 무모하게 거래를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고 내부 모니터링까지 진행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대그룹과 끈끈한 관계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평도 제기됐다. 부채비율이 800% 가까이 치솟은 현대상선은 전방위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럴 때 대우증권이 나서서 어려운 거래를 진행했으니 현대그룹이 강한 인상을 받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었다.

그 예측은 이번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를 통해 입증됐다. 대우증권은 대신증권과 함께 대표주관사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상선 EB를 통해 그룹과 관계 개선뿐 아니라 금전적인 실익도 얻었다. 대우증권은 현대상선의 EB 실권주를 홀세일(Whole sale) 부서에 넘겨 관리해왔는데 "현재까지 인수 물량 중 절반 정도를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수익을 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현대증권은 계열사가 발행하는 증권을 인수하면 3개월 안에 팔아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시급하게 현대상선 EB 물량을 털어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대우증권은 여유를 갖고 순차적으로 물량을 털어낸 결과 처음 예상과 다르게 이익이 얻었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가 끝나고 난 후에도 현대그룹과 거래를 이어갈 계획이다. 내년에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2010년 현대로지스틱스(당시 현대로지엠)의 상장 주관사에 선정됐다. 올해 안에 상장하기 위해 여러 작업을 함께 해왔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차일피일 미뤄졌다. 대우증권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를 내년 초 마무리한 후 현대로지스틱스의 상장에 돌입해 현대그룹 거래에서 3연타를 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