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인데 캐롤이 안 들려···이유 알고보니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사진=롯데백화점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야? 남의 나라 얘기 같네"

직장인 김모씨(28)는 23일 점심시간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 크리스마스가 이틀 밖에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나날이 바쁜 일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예전에 비해 캐롤도, 크리스마스 트리나 각종 이벤트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 크리스마스? 분위기 못 느껴…"불황 때문"
여성 포털 웹사이트 이지데이는 지난 12~18일 '크리스마스 즐거우신가요?'라는 제목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총 652명 가운데 85.6%는 '작년에 비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많이 느끼시나요?'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는 '침체된 사회 및 가정 경제'가 42.9%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바쁜 개인 사정으로'(15.2%),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눈에 띄지 않아서'(14.4%), '크리스마스나 장식품이 눈에 띄지 않아서'(8%) 등이 뒤를 이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 것.

◇ 저작권 탓? '귀한 몸' 된 캐롤
경기 침체와 더불어 예년보다 캐롤이 잘 들리지 않는 것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 이유다.


현행 저작권법은 음악을 대형 매장 또는 옥외에서 들려주거나 공연을 해 이익을 얻는 경우 매장 성격, 규모 등에 따라 작사가·작곡가에게 공연사용료를, 해당 음악을 최초 연주한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공연보상금을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 백화점, 쇼핑센터 등에서는 매장에서 튼 음악에 대한 공연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공연사용료는 음악 수와 관계없이 월정액 형태로 책정되며 매장 면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최대 130만원을 납부한다.

특히 최근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기법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매장에 음악을 틀 경우에도 공연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매장 내 음악은 '귀한 몸'이 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일 사단법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낸 공연보상금 청구소송에서 "현대백화점이 2억352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도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나지 않은 캐롤과 음악을 주변에서 듣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 크리스마스 분위기 만끽할 수 있는 '오아시스'는?
그렇다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3000㎡(약 907평) 미만 소형 매장은 음원 사용에 대한 공연사용료와 공연보상금을 모두 면제받고 있다.

이에 따라 소형 식당, 카페, 유통업체 등은 자유롭게 음악을 틀어 가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유통업체의 이벤트를 즐기는 것도 도심에서 손쉽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는 방법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예년보다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훨씬 다채로워졌다"며 "이제는 놀이공원처럼 대형 산타가 백화점 앞을 걸어간다든지 미녀 산타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행진하고, 콘서트를 기획하는 등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