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잔인한 4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도저히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의 말문을 닫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딸을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저 역시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과 분노에 치를 떨고 있습니다. 진짜 그렇습니다.

하물며 이런 책이 있다고 소개하기조차 싫고, 힘듭니다. 20여 년 전 서울에서 멀쩡했던 백화점이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졸지에 아내와 딸을 잃은 한 남자는 "도저히 이 땅에서 살 수 없다"며 이민을 떠났습니다. 이제야 그 남자의 창자를 끊는 슬픔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엄청난 슬픔을 이겨내려면 마음껏 울고 내놓고 분노하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하고 있습니다. 억지로 참으면 더 극복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슬픔을 함께 하고 분노를 견뎌 주라고 합니다. 경험적 이론이야 그렇겠지만 직접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야 넋이 나갈 뿐,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고인이 되신 전직 대통령이 '삶도 죽음도 모두 자연의 일부'라는 마지막 글을 남겼었습니다. 죽어 있을 자신보다 그의 죽음을 슬퍼할,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로 읽힙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겨내도록 마음을 다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체념, 좌절, 우울을 화해와 순응으로 승화시키는 길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저자는 이화여대 교수인데 유독 '편하게 받아들이는 죽음'에 대한 생각과 연구를 많이 한 사람입니다.

터질 것 같은 마음에 집에 있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신앙이 깊은 사람이라면 절이나 교회로 피신해 간절한 기도로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면 어쩌겠습니까. 잠시 집을 떠나 마음의 치료를 위한 좋은 곳에 머물러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병 고치러 산에 간다'에는 조용히 마음을 다스리기에 알맞은 전국의 명소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명상, 기(氣), 마인드 컨트롤을 오랫동안 수려한 사람입니다. 마음에 응어리진 한을 푸는 데는 조계산 선암사 원통전의 차고 투명한 기운이 좋다고 합니다. 길고 울창한 편백나무 숲이 함께 해서 그런가 봅니다. 수락산과 불암산의 너럭바위, 쉰움산의 오십정, 오대산 적멸보궁에는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고 치유하는 기운이 세다고 합니다.

◇죽음학 개론=최준식 지음.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189쪽. 9000원 ◇나는 병 고치러 산에 간다=윤한흥 지음. 전나무숲 출판. 300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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