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금호석화에 아시아나 지분 매각 요구 논란

KDB산업은행이 최근 금호석유 (128,600원 ▼1,600 -1.23%)화학에 아시아나항공 (10,680원 0.00%) 지분을 매각하라고 요구한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두고 '맞소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은의 요구가 박삼구 회장 측 입장과 거의 같아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 수표동 시그니쳐타워에 위치한 금호석유화학에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과 A부장이 찾아왔다. 이들은 박찬구 회장을 만나 보유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량(12.61%)을 팔 것을 요구했다. 박찬구 회장이 2010년 2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이행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지분매각에 협조하겠다던 약속을 지키라는 얘기였다.


금호석화는 당시 박찬구 회장이 경영 정상화을 위한 의지 표명 차원에서 지분 매각에 협조하겠다고 했던 것인데, 이미 채권단 자율협약 상태에서 벗어나 경영 정상화가 이뤄졌으므로 굳이 팔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금호석화가 당장 주식을 팔 경우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종가는 28일 4905원으로 2011년 2월 기록한 1만2500원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말 채권단 자율협약에서 졸업하고 경영이 호전되고 난 다음에 팔면 주가를 더 쳐서 받을 수 있는데 지금 팔 이유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요구가 형제간 분쟁의 한쪽 당사자인 박삼구 회장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는 데 있다. 최근 박삼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라는 취지의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는데 그 논리가 산은과 동일하다.


금호석화는 박삼구 회장이 최근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복귀와 관련해 주총 결의무효 및 대표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협약의 당사자도 아닌 금호산업이 이 소송을 제기한 것을 놓고 법조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기업 경영권 분쟁 사례에 밝은 한 변호사는 "협약의 주체가 아니면서 협약을 이유로 소송을 낸 것은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산은의 행보를 두고 금호석화에 대한 실력행사 아니냐고 보고 있다. 금호석화가 산은의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에 대한 일부 조치가 기업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반기를 들자 이를 막기 위해 지분매각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산은은 금호석화가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을 방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4년간 갖고 있던 지분을 팔라는 것은 기업의 '자율 경영'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금호석화는 산은에 대해 정면 대응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채권단 자율협약을 졸업하기는 했지만, 산업은행은 여전히 5000억∼6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한 최대 채권자자 금호석화의 지분 14.05%를 보유한 주주다.

재계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에 포진한 산은 출신 사외이사들을 근거로 산은의 '박삼구 회장 편들기'는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의 사외이사에는 이성근 전 산은 이사(전 산은캐피탈 사장), 정건용 전 산은 총재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영의 전 산은총재는 고문을 맡고 있다. 금호산업은 김왕경 전 산은 이사, 금호타이어는 박우양 전 산은 이사 등이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산은 인사들이 금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4년부터다. 박삼구 회장의 장인인 이정환 전 산은 총재가 이 때부터 91년까지 금호석화 대표이사와 명예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김흥기 전 산은 총재가 90~98년 금호석화의 대표를 맡았다.

금호산업에서는 이윤우 전 부총재가 2009년 사외이사를, 곽이곤 전 이사가 2003~2009년 상무를 각각 맡았다. 또 금호타이어는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가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금호IDT는 황선복 전 산은총재 비서실장이 현직 대표다.

이밖에 홍기택 현 KDB금융그룹 회장(산은 은행장 겸임)은 지난해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지내다 물러난 윤영두 경영고문과 경기고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산은 출신인사가 2차례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금호석화는 금호아시아나에서 계열분리한 뒤 산은 출신 사외이사가 없다.

한편 산은은 박찬구 회장을 만난 경위나 요구한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과거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팔면 금호석화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해놓고선 금호석화가 말을 여러 차례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금호석화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원가는 1055억9500만원이고 2012년 9월 장부상 가격은 1706억7800만원으로 취득원가보다 장부상 가격이 높다"며 "이익을 보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주가하락’ 변명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