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감원장, 현안 '정면돌파' "고르디우스매듭 풀겠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금융권 대규모 징계사태와 기업 구조조정 등 주요 현안을 원칙에 따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동부그룹에 대해서는 "시장에 약속한대로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KB금융 제재에 대해서도 법에 따른 엄정 제재를 천명했다.


최 원장은 17일 인천 한국산업단지공단 주안지사에서 열린 '수출 중소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 원장은 "금융의 여러 이슈와 난제들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고르디우스 매듭'을 풀 수 있는 혜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고르디우스 매듭은 전설 속 난제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렉산더가 단칼에 매듭을 잘라 아시아를 얻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올 정도로 '결단력'을 상징하는 말이다.

최 원장은 먼저 동부그룹에 대해서는 "당초 시장에 약속한대로 구조조정을 조속히 추진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자구안에 작년 말 구조조정계획 발표 당시 약속했던 898억원 규모의 동부제철 유상증자 방안을 넣는 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 원장은 동부·현대·한진그룹 등에 대해서 "약속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불이익을 부과하겠다"며 "채권은행을 통해 법규상 정해진 금리 인상, 신규 여신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제재 문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원장은 일각에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중징계의 적절성을 지적한 것에 대해서 "금융질서 확립과 금융윤리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를 엄정하게 하겠다"며 "구체적인 징계사유는 제재심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제재조치가 확정되는 과정에서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당국의 중징계를 받고도 행장 직을 유지하고 있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해서는 "김행장이 행장 직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 금융당국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DTI(총부채상환비율), LTV(담보가치인정비율) 규제 완화를 시사한 것에 대해서는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시장의 기대와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그동안 LTV, DTI 규제는 가계부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하여 왔으나 세부적용 내용이 지역별, 권역별로 복잡하고 부동산 침체 시에도 경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하반기 중점과제는 △서민과 금융취약계층 보호 강화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에 대한 조기 인지와 대응 △법과 원칙에 의한 금융시장 규율 정립 등으로 정했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서는 개인신용평가 때 제2금융권 대출실적을 무조건 불리하게 평가하는 관행을 개선한다. 저소득층대상 연금저축, 서민우대자동차보험 등 서민특화상품도 개발을 촉진하고 은행별 저신용자 비율 목표제도 도입한다. 또 대포통장 근절대책을 증권회사 등 모든 수신기관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장규율 강화 차원에서 7월부터 경영유의와 개선사항과 같은 비 징계조치(일종의 권고조치)도 모두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한편 최 원장은 이날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듣고 지난 4월에 종료된 선물환수수료 감면조치를 7월부터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