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동호회 못지않은 중독의 독서토론회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의 생생한 독서토론회 경험담이다. 저자들은 문학당을 끌고 가는 독서의 고수들이지만 그들이 지휘하는 토론회 멤버들은 애당초 독서와 거리가 멀었던 보통사람들이다. 저자들은 자신들을 포함해 책과 담을 쌓고 살던 보통사람들이 ‘독토’(독서토론)에 참가하면서 어떤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는지 생생하게 되살렸다.

흔히 생활 스포츠 중에 가장 중독성이 강한 종목이 마라톤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독토의 중독성이 마라톤에 못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는 하지만 ‘불온한 정신이 신체를 망치는’ 일도 잦다. 정신과 영혼의 건강을 살찌우는 독토는 그래서 과유불급(지나치면 아니한 만 못하다)하지 않은 아름다운 중독인 것이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숭례문학당 당주 신기수 씨가 머리말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이 일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은 독서입문자들을 대상으로 독서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은지, 함께 읽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행복한 일인지, 현장을 통해 보여주려고 썼다’고 한 만큼 평소 책과 거리가 멀어 은근히 불안, 불만인 사람들이 읽으면 당장 독토에 참여해 보고 싶은 욕망이 일도록 발랄하다.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어서’ 독서와 멀어지는 악순환은 책을 읽고 난 후의 성찰이나 독후감, 토론, 서평 등등의 복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랬던 사람들이 ‘함께 읽기’를 하는 동안 어떻게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지가 실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30년 동안 보수신문에 길들여져 있던 어르신께서 ‘틀리다’와 ‘다르다’의 차이를 독토에서 진보 논객 홍세화의 책을 토론하며 깨닫는다. 심하게 치우쳤던 시각이 균형점을 찾아 서서히 움직인다. 우울증의 아가씨가 상처받은 내면을 독토에서 치료받는다. 보통의 아줌마가 독토에 나오면서 자녀와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독립된 주체로 다시 선다. 독토는 하루 중 회사에서 일하는 15시간 동안 ‘예, 아니오’의 감옥에 갇혀있던 셀러리맨의 ‘죽은 뇌’도 부활시킨다. 사업의 실패로 음울해진 가장과 가족들에게는 소통과 힘과 길을 열어준다. ‘함께 읽기’는 재미,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킬러다. 하나의 책으로 다양한 생각을 접하며, 인문학과 자기계발의 행복한 만남도 있다.


독서토론회 진행방법, 어떤 책들을 읽을지 등 실제 사례와 매뉴얼까지 곁들었다. 읽기, 토론하기, 글쓰기에서 ‘책쓰기’까지로 발전하는 독서토론에 초보라고 겁먹을 것 없는 이유는 ‘정답 없는 토론, 신나게 떠들어도 뭐라 할 사람 없기 때문’이다.

◇이젠, 함께 읽기다=신기수, 김민영, 윤석윤, 조현행 지음. 북바이북 펴냄. 310쪽. 1만 6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