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사장이 말하는 아깝다! 이책<7>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질베르 리스트/신해경 옮김/2013/봄날의책

‘발전’이니 ‘성장’이니 ‘개발’이니 하는 공허한 말들, 그렇지만 참 무시무시한 말들에 잔뜩 물려 있던 차였다. 도대체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지, 더 솔직히 계급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지 보자는 듯 아수라장인 현실. 이런 지옥도에 제동을 걸어줄 이론(‘이야기’)이 절실했다.


질베르 리스트의 책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은 이런 문제의식에 정면으로 답해준다. 이론과 역사를 자재롭게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 하지만 그것이 지적 허세나 과장이 아니라 적재적소에서 흐르고 멈추어, 참 재밌게 만들고 또 봤던 책이다. 저자의 광활한 사유를 홀로 감당하기 힘에 부쳐, ‘책방 이음’에서 여러 젊은 친구들 그리고 역자와 함께 네 번에 걸쳐 보았다. 그래서 겨우, 코끼리의 몸통 정도나 만지고 그려본 셈이랄까.

책이 나온 지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유효한, 앞으로도 내내 유용할 책,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 옮긴이 신해경 님과 함께한 첫 책, 출판사 ‘봄날의책’의 첫 책이라는 의미도 큰 책이다.




◇사시사철=최용탁지음/2012/삶이보이는창

참 유쾌하기도 하고, 그 이상으로 슬픈 사연을 곳곳에 내장한 책. 이웃들 이야기로도 무척 좋고 즐겁지만, 한편으론 이미 사라진 것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찬찬한 돌아봄이 오래 마음을 매어둔다.

특히 '고모 생각'은 망자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자, 사랑과 우애를 나누어준 이에 대한 헌사라고 부름 직하다. 문득 연암의 명문 '맏누님을 사별하고'가 겹쳐지는 먹먹한 글이다.

참, 지은이 최용탁 님은 '삶이보이는창'이라는 잡지에 자신의 삶과 노동 그리고 이웃들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섣부른 희망도, 과한 절망도 없이, 그저 묵묵히 주어진 노동과 생활을 감당하고 그것과 함께하고 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의 담박한 글이 참 좋다.




◇ 은퇴의 기술=데이비드 보차드, 패트리샤 도노호 지음/배충효, 이윤혜 옮김/ 2012 / 황소걸음

‘맡은 바 직책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서 한가로이 지내는 것’이 은퇴의 사전적 의미다. 또 은퇴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은 ‘이제 쓸모를 다하고 사회에서 밀려나 자신의 생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은퇴야말로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은퇴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즐겁게 맞이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은퇴 준비의 시작은 자신의 정체성과 소망, 재능 등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있다. 저자는 수많은 은퇴자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은퇴자들이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아실현의 가능성은 다른 어떤 시기보다 노년기에 높다. 자아실현에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인 자유, 재산, 인생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진짜 재능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데 있다. 데이비드 보차드 박사는 정체성과 소망, 재능 등 주관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들을 객관화하는 평가 도구를 개발하여 독자 스스로 자신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것의 실현 가능성을 위해 최선을 찾는 방법을 수많은 사례를 들어 제시한다.

은퇴한 뒤의 노년을 충만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신명 나게 보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은 흥미롭고 희망적인 이야기로 그 해법을 제시해줄 것이다.


◇생추어리 농장=진 바우어 지음/허형은 옮김/2011/ 책세상

학대받은 동물들의 안식처, 생추어리 농장은 가축수용장의 사체 더미에서 숨이 붙어 있는 양 한 마리를 구출한 일을 계기로 진 바우어가 1986년에 설립한 비영리 단체다. 가축수용장이나 도축장, 공장식 농장에서 쓰레기처럼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해 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한편, 대중에게 동물의 ‘학대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 알리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바우어는 이 책에서 끔찍한 운명에서 탈출한 동물들이 생추어리 농장에서 어떻게 새 행복을 찾아가는지 따뜻하게 묘사한다. 예사롭지 않은 동물들과의 감동적인 만남 이면에는 고기와 달걀, 유제품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자리하고 있다. 공장식 농장들의 잔학 행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병이 들었거나 약하다는 이유로 아직 살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비교적 생소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미국의 동물보호운동을 21세기형 운동으로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바우어는 학대받는 동물들을 위해 독자들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학대받은 동물에게서 나온 고기를 거부하고 좀 더 질 좋은 고기를 요구할 책임이 있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