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합치자…전자업종 중기 소규모 합병 활발

"힘들 때는 가족끼리 살림을 합쳐야 산다."

전자업종 중견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최근 자회사를 흡수, 통합하는 소규모 합병이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종 전반에 걸쳐 최근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신사업을 진행하는 자회사를 합병, 관리비용을 줄이고 경영자원을 효율화해 단기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장기적 생존방안을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워로직스 (7,630원 ▼210 -2.68%), 에이티테크놀러지 (5,110원 ▲30 +0.59%)(옛 프롬써어티), 알파칩스 (945원 ▼68 -6.71%), 성우하이텍 (8,840원 ▼450 -4.84%) 등은 100% 자회사를 소규모 흡수 합병하기로 최근 결의했다.

전자부품업체 파워로직스는 모바일용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자회사 솔텍과 다음달 20일 공식 합병한다. 솔텍은 2013년 매출액 360억원, 순이익 26억원을 올렸다. 파워로직스는 앞서 지난 8월 모바일용 강화유리를 생산하는 100% 자회사 에이이피 역시 흡수 합병했다.


파워로직스 관계자는 "일부 자회사의 흡수합병은 전사적인 관리비용을 줄이고 경영자원을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사업을 자회사가 아닌 내부에서 추진하는 방식으로 회사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장비기업 에이티테크놀러지는 100% 자회사 테스토피아와 다음달 29일 공식 합병한다. 반도체 검사장비(핸들러)와 검사부품(인터페이스)을 생산하는 테스토피아는 2013년 매출액 160억원, 순이익 11억원을 올렸다.

에이티테크놀러지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기존 반도체 주검사장비(메인테스터)와 번인장비에 이어 핸들러와 인터페이스부품 등을 추가해 반도체검사 분야에서 장비와 부품에 걸친 토털솔루션을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본사를 기존 경기 분당에서 지난달 제조사업장이 위치한 군포로 통합시키기도 했다.

반도체개발(팹리스)업체 알파칩스 역시 100% 자회사인 스마트파이를 다음달 2일 흡수 합병한다. 알파칩스 측은 "기존 디지털설계기술에 이어 스마트파이가 보유한 아날로그설계기술을 더해 반도체 개발부문에서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우하이텍도 자동차금형을 제조하는 100% 자회사 성우몰드를 소규모 흡수 합병한다고 이달 공시했다.

이렇듯 중견중소기업들이 자회사를 소규모 흡수 합병하게 되면 관리비용 절감 및 경영자원 효율화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사업을 추진하는 자회사를 통합할 경우, 단기적인 생존을 위해 중장기적 먹거리를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홍순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M&A담당 이사는 "자회사와 합병하면 인사와 노무, 총무, 생산 등 중복된 조직이 줄어 전반적인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다만 신사업을 위한 자회사가 합병을 통해 독립경영에 제약을 받게 될 경우, 중장기적인 먹거리 확보가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