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내년까지 간다는데…돌파구 마련 中企 '주목'

엔저(엔화약세) 공습으로 수출 중견·중소기업들(이하 중기)이 골치를 앓고 있는 가운데 수출 품목 확대 및 기술 경쟁력으로 위기를 극복해가는 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탑엔지니어링 (6,370원 ▼270 -4.07%), 디엠에스(DMS (6,440원 ▼30 -0.46%)), 에스엔유 (2,520원 ▼40 -1.56%)프리시젼 등 중국 등지에서 일본 경쟁업체들과 제품 수주전을 벌이는 전자업종 중기들이 최근 수출 물량 증가로 실적 부문에서 선방하고 있다.


우선 일본 히타치와 액정표시장치(LCD) 액정분사장비(디스펜서)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탑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엔저 영향으로 매출액 가운데 수출 비중이 28%에 그쳤지만 올들어 액정분사장비 외에 절단장비(스크라이버)를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장비에 쓰이는 부품 구매처를 다변화하고 장비 구조도 변경하는 등 원가절감 노력을 더해 올 상반기 매출액 가운데 35%를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3분기에는 매출액 가운데 수출비중이 65%까지 올라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탑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수출하는 제품군을 확대하고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면서 올해 엔저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매출액이 전년보다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탑엔지니어링이 올해부터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한 LCD 기판유리 절단장비 / 출처=탑엔지니어링 홈페이지

디엠에스는 해외 법인에서의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실적 선방을 실현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6년부터 중국 웨이하이(위해) 법인에서 세정장비와 현상장비 등 LCD 장비에 쓰이는 부품을 생산 중이다.

올해에는 엔저 등 시장환경에 대비해 웨이하이 법인에서 부품 뿐 아니라 장비까지 일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그 결과, 시바우라와 다이니폰스크린 등 일본 업체들과의 중국 현지 수주전에 나서 가격경쟁력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디엠에스 관계자는 "연말에 웨이하이 2공장도 완공하면 총 2만평 대지 위에 건평 4000평 규모로 생산시설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엔유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일본 업체들이 과점한 시장에 과감히 진입한 사례다. 이 회사는 2013년 비오이(BOE)에 이어 올해 비전옥스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유기증착장비(이베포레이션) 공급처를 확대했다. 대당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이 장비는 토키와 울박 등 일본 업체들이 과점해온 분야다. 에스엔유는 이들 업체가 선점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그동안 총 288건에 달하는 국내외 특허기술을 확보하는 등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에 매진했다.

에스엔유 관계자는 "중국 거래처로부터 기존 장비와 비교해 생산성과 품질 등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엔저 등 환경에 상관없이 기술력이 있으면 고객들이 선택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엔저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규모 등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한 중기로서는 엔저를 포함한 부정적인 시장환경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강세로 내년까지 엔화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미국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에는 엔저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중기들은 기술력을 강화하고 제품군을 다변화하는 등 비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해외생산 확대와 부품구매처 다변화 등 가격 경쟁력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