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23개 계열사 돈 줄 한 곳으로 묶는다'

롯데쇼핑 소속 23개 계열사간 재무통합은 최근 속도를 내는 경영투명성 확보와 계열사간 시너지 통합작업의 첫 걸음이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지휘 아래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 아시아 톱10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의 '비전2020'을 선언했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신 회장의 원리더 구축이 탄력을 받자 '비전2020' 기반을 닦기 위한 내부 조직 효율화에 착수했다. 특히 그룹 주력인 롯데쇼핑 계열사간 재무관리시스템을 통합해 '돈의 흐름'을 투명화·일원화시켜 경영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자체가 '거대 기업집단'이다. 증시에는 롯데쇼핑이라는 이름으로 상장돼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23개 종속회사가 속해 있고, 70개(국내 22개·해외 48개) 기업이 결합돼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코리아세븐·롯데하이마트·롯데홈쇼핑·롯데슈퍼·롯데카드 등이 대표 계열사다.

하지만 이들은 각 계열사에 재무부서를 두고 자금 흐름을 관리했다. 롯데쇼핑 한해 매출만 29조1277억원(연결기준)에 달하지만 그동안 백화점과 마트, 홈쇼핑 등 이 제각각 재무책임자(CFO)를 두고 책임경영에 집중했다. 타 계열사의 재무 흐름을 롯데쇼핑 내 다른 계열사에서 들여다볼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신 총괄회장은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통해 경쟁을 유도했다. 고속성장기에는 이같은 경쟁방식이 유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복 사업을 하는 계열사가 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계열사 간 자사이기주의에 빠져 그룹 차원의 통합적인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동빈 회장은 덩치가 급속히 커진 롯데그룹 개혁을 위해 '부문별 통합'에 착수했다. 롯데그룹의 굵직한 80여개 주력계열사를 6개 사업부문(유통·식품·화학·관광·금융·인프라)으로 나누고, 중복 조직을 재정비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인 '돈의 흐름' 통합에 주력하기 위해 첫 단계로 유통을 책임진 롯데쇼핑의 재무조직 일원화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롯데쇼핑의 재무통합은 수십개 회사의 재무 흐름을 하나로 묶는 작업인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맏형격인 롯데백화점을 주축으로 각 계열사 재무팀이 참여해 재무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향으로 개선 작업이 추진된다.

장기적으로는 각 계열사 재무부서를 하나로 묶어 롯데쇼핑 통합재무팀을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5월에 롯데쇼핑 재무통합을 위한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하고 시스템 통합과 구축 절차에 돌입했다"며 "장기적으로는 롯데쇼핑 단일 재무팀을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재무가 하나의 부서에서 관할되면 롯데쇼핑 산하 계열사별로 겹치는 투자와 비용도 절감이 가능해 경영 효율화과 투명성 확보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아울러 조직개편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재무체계를 하나로 묶는만큼 인원 재배치 등 효율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작업이 성공하면 롯데가 중점적으로 개편을 고려중인 온라인부문 통합 등도 속도감있게 진행될 여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