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몽촌토성에서 삼국시대 포장도로 발견…소 발자국도 찍혀

문화재청과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이 발굴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내 서울 몽촌토성(夢村土城, 사적 제297호) 북문지 안쪽 삼국시대 포장도로 5기. /사진제공=문화재청

서울 몽촌토성 북문지 일대에서 삼국시대 포장도로와 수레바퀴, 소 발자국 등 생활 유구들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청의 허가로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이 발굴조사 중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내 서울 몽촌토성(夢村土城, 사적 제297호) 북문지 안쪽에서 삼국시대 포장도로 5기 등을 발굴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포장도로 외에도 수혈유구(竪穴遺構, 지면에서 곧게 내려 판 굴모양의 터) 18기, 구상유구(溝狀遺構, 고랑 모양의 터) 1기가 확인됐다.

북문지 바깥에서는 삼국 시대 도로 1기, 통일신라 시대 도로와 함께 수레바퀴·사람·소의 발자국 흔적 등이 조밀하게 분포한 생활면 유구 등을 발견했다.

몽촌토성 북문지 안쪽에서 확인된 5기의 삼국시대 도로는 격자상으로 구획된 포장도로로 확인됐다. 특히 북문지의 문도(門道)와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1호 도로는 백제가 최초 조성한 후 그 위에 한 차례 더 도로를 개설해 사용한 중층도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곳은 북쪽 측구(側溝, 도랑)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진행하는 또 다른 도로와 측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1개의 도로가 3개의 노면으로 이루어진 1로 3도(1路 3道)일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백제가 사용한 하층도로와 중층도로를 고구려 역시 증개축(增改築)해 사용하는 등, 시기별로 총 세 차례에 걸쳐 축조된 도로인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박물관 측은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구조와 규모의 도로는 우리나라 고대 도성 유적에서 최초로 확인된 유구라고 밝혔다. 북문지 안쪽에 회전교차로와 같이 도로를 축조해 성 안팎으로 출입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서울 몽촌토성 북문지 일대에서 발굴된 생활 유구들. /사진제공=문화재청

이번 발굴 조사에서는 백제와 고구려시대 토기 등 유물도 다수 출토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7호 수혈유구에서는 백제 직구단경호(直口短頸壺, 목이 짧고 입이 곧은 항아리로 4~5세기대 한성 백제기 중앙양식을 대표하는 백제의 토기)가 특별하다는 설명이다.

이 토기의 어깨 부분에서는 ‘관(官)’이라는 글자를 좌서(左書, 왼쪽과 오른쪽이 바뀐 글씨)로 찍은 토기 조각이 출토됐다. 이 ‘관(官)’ 자명 토기는 풍납동토성에서 출토된 적이 있는 ‘대부(大夫)’ 명 토기와 같은 기종인 직구단경호였다.

앞서 1980년대 조사에서도 몽촌토성에서 광구장경사이호(廣口長頸四耳壺)등의 고구려 토기들이 다수 출토돼 고구려가 이곳을 점유·활용하였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었으나 그 증거가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고구려가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로와 성토(盛土)대지, 수혈유구 등까지 확인됨으로써 이러한 가능성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는 자료들을 확보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몽촌토성에 대한 장기적인 발굴조사와 연차적인 연구 조사를 통해 2000년 전 백제의 왕도인 서울의 백제역사 복원과 조명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