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취약업종 부실화…"선제적 中企 구조조정 필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내수 부진,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올해 중소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더욱 어렵다. 조선, 해운, 건설 등 취약업종의 구조적 불황이 지속되면서 협력 중소기업의 연쇄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요 시중은행 여신 담당, 리스크 담당 임원들이 중소기업 여신의 부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한 은행장은 “중소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있다”며 “업종별로는 전자업종이 제품 사이클이 짧아져 재고가 많아지고 있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내수 부진 속에 자동차 업황도 올해 나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건설은 지난 2년간 분양물량이 많았는데 아파트를 지을 만큼 다 지었다는 얘기니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 충당금 더 쌓고 선제적 구조조정 유도=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대출의 80%가 넘는 IBK기업은행은 올해 대손충당금 전입액 규모가 최대 1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난해 1조4700억원 대비 22.4% 늘어나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지난해 대비 최소 10%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경기불황이 겹치면 대손충당금이 최대 20%대 초반까지 늘어날 수 있어 건전성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며 “특히 취약업종이 집중된 경남 거제, 부산, 울산, 전북 군산, 경북 구미 등에 위치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건전성 관리와 함께 중소기업이 구조적 불황을 이겨내도록 선제적 구조조정도 지원한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인력 구조조정과 유휴자산 및 불필요한 사업부 매각, 대주주 출자 등을 유도해 대내외 어려움에 대비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쟁력이 떨어진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나 1차 협력사와 M&A(인수·합병)도 추진한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금융권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기업들을 골라내 M&A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은 지원을 강화하되 공급과잉 업종에서는 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중복사업을 정리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전자부품업 등 취약업종 협력업체 예의주시=조선업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조선 기자재 기업과 중소 조선사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국내 은행권에서 조선업 관련 협력업체와 거래가 가장 많은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조선업 여신 2조9676억원 가운데 요주의 이하 여신 비율이 9.55%에 달했다. 이는 2015년말 4.77% 대비 2배가량 상승한 것이다.

분양물량이 급증하며 지난 2년간 반짝했던 건설업황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 공급과잉 등으로 올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전자부품 관련 협력업체들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기업은행의 전자업종 여신 4조5047억원 가운데 6.88%가 요주의 이하 여신이다. 2014년말 3.27%, 2015년말 4.58%에서 꾸준히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오는 4월 출시하지만 스마트폰 협력업체들은 계속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제품 사이클이 짧아지고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도 중국에서 완성차 판매 부진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겹쳐 올해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