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원화 강세, 자동차·기계류 수출에 부정적 영향"

16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환율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2018.01.16./사진=뉴시스

최근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원화가치 상승이 총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자동차, 기계류 등 일부 품목은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은은 18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2018년 1월)'에 수록된 '향후 수출여건 점검 및 평가'에서 원화 가치 상승과 미 보호무역주의가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뒤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환율 변동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와 비교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수입 중간투입 비중이 확대됐고 품질 등 비가격경쟁력과 현지통화 가격 중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원화가치 상승이 총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한은은 품목별로는 원화강세가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기계류의 경우 원화강세가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4년 미국 수입시장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자동차 및 부품, 의료·정밀·광학기기, 기계류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경우 제품경쟁력이 높고, 같은 수출 품목 내에서도 일본과 경쟁하는 제품의 차이가 있어 환율 변동의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일본은 LCD 수출에 주력하고 있고, 한국은 사실상 독점 상태인 OLED의 수출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다만 한은은 "원화가치 상승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채산성 악화 등을 통해 전반적으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국내 수출에 미칠 영향도 분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직 간접적으로 우리 수출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최근 미국은 태양광 전지와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포함, 총 31개 국내 수출품에 대한 무역구제조치를 실행하거나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태양광전지는 총 대미수출 비중의 1.9%를, 세탁기는 0.5%를 차지한다.

한은은 "무역구제조치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는 달리 미국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 FTA 재협상시 자동차 부문이 집중 거론되는 등 장기적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여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아울러 미 중 통상갈등이 심화될 경우 중간재를 중심으로 대중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 중 대중수출 비중은 24.8%, 대중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8.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