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 보고 알아서…애인 같은 AI 나온다

/사진제공=삼성전자

"AI(인공지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갓난아기가 울려고 하는 표정을 읽고 어떤 음악을 틀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정도로 감정인식과 개인 맞춤형 기술이 발전하면 우리의 삶에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마야 팬틱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는 지난 3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AI의 미래와 일상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AI 감정인식 분야의 권위자다. 알파고처럼 지금까지 소개된 AI가 특정분야의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IQ형 AI에 치우쳤다면 팬틱 교수의 관심사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사람처럼 소통하는 EQ형 AI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영국 케임브리지 AI센터를 열면서 그를 핵심 연구진으로 영입했다.

팬틱 교수는 현재 AI의 대표적인 한계로 지시를 받았을 때 어떤 배경에서 지시가 내려졌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꼽았다. AI가 배경을 모른 채 반응하는 것은 입력 수단만 음성으로 바뀌었을 뿐 TV 리모컨이나 스위치로 작동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AI가 일방적인 지시 수행이 아니라 사람처럼 소통하기 위해선 음성 자체의 의미는 물론, 목소리의 톤이나 강약, 얼굴 표정, 고개를 움직이는 정도, 몸짓, 손짓 등 다양한 표현까지 실시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표정이나 몸짓, 손짓은 인종과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 연령,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가 복합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팬틱 교수는 "AI가 노인의 말을 인식할 때는 30%, 아이는 20% 정도 인식률이 떨어진다"며 "우울증이나 치매 환자는 표정에 드러나는 감정도 달라서 이런 부분에서도 서로 다른 특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얼굴 표정을 희노애락으로 분석하는 AI 서비스가 나왔지만 표정을 단순 분석하는 것과 이를 분석하고 상황을 판단해 반응하는 기술은 천지 차이다.

이런 기술이 현실화되면 AI가 눈빛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눈치채고 알아서 반응하는 게 가능해진다. AI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 속 상상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육아나 다이어트, 질병 예방·관리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상에선 AI가 아이들의 집중도와 호감을 인식해 교육 콘텐츠를 스스로 바꾼다든지 배를 움켜쥔 사람을 보고 119를 호출하는 장면을 생각해볼 수 있다. 광고를 보는 이의 반응을 보고 AI가 마케팅 효과를 더 면밀하게 분석해내거나 이런 분석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게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팬틱 교수는 "AI가 평소 노인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고 치매나 우울증 등에 걸릴 징조를 분석해 본인과 가족에게 대비할 수 있도록 알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미국인의 80%, 영국인의 66%에 달하는 과체중 문제도 AI를 통해 해결 방안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팬틱 교수가 몸담은 케임브리지 AI센터가 아마존이나 구글과 달리 클라우드 서버와 연결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작동하는 AI 연구를 함께 진행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다. 팬틱 교수는 "더 강화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선 기기 자체의 AI가 최적화돼야 한다"며 "현재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클라우드와 실시간으로 연동된 학습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에 서버와 연결이 끊기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이런 구상에 맞춰 AI 전략을 다듬고 있다. 2020년까지 모든 IoT(사물인터넷) 기기에 AI를 탑재하고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마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간 중심의 AI를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음성·시각 인식, 로보틱스,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등의 분야에서 관련기술을 개발 중이다.

팬틱 교수는 현재 AI 기술력에서 글로벌 기업간 수준 차이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도달할 지점에서 보면 현재의 기술력은 비슷비슷한 수준"이라며 "AI는 이제 막 태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한번에 학습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 진전되는 것"이며 "접점이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점에서 연간 5억대의 IT·가전을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장점은 수많은 기기가 항상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기존 22개 해외 연구소와 별도로 한국과 미국의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 5곳에 AI 센터를 운영 중이다. 케임브리지 AI센터 외에 토론토 AI센터는 시각인식을, 러시아 모스크바 센터는 수학과 물리학 등 기초학문에 기반한 원천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