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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제도 파괴를 통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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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2019.05.1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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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5월7일 11만가구 신규택지 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 9월부터 추진한 30만가구 공급계획의 최종 마무리였다. 핵심이 되는 5개 신도시 계획을 과거 1·2기 신도시와 비교하면 서울과의 접근성을 핵심과제로 놓고 철도를 포함한 교통망 구축에 각별히 신경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발표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과연 계획된 시기까지 완료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과거 대한민국은 신속한 의사결정, 조기준공의 나라였다. 계획수립은 과감했고, 각종 사업의 시행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준공예정일보다 사업이 늦어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을 동시에 착공해 7년 만에 준공했으며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착공한 지 3년 만에 완공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각종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의 준공지연은 일상이 되고 2010년 착공된 한강의 월드컵대교는 아마도 2022년 카타르월드컵 때나 완공될 것 같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1990년대 5대 신도시를 비롯해 경부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 등 수많은 초대형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면서 예산조달 및 환경훼손을 포함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예산지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가 도입되었고 사업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각종 영향평가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혼란과 날림을 방지하는 제도적 절차가 강화되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참여정부 시기를 거치면서 중장기적인 정책수립과 집행을 위한 계획수립이 법률로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즉흥적인 판단과 아닌 시스템과 제도를 통한 차분한 의사결정과 집행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당초 기대한 효과보다 사업 지연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사회 전반을 교착상태로 몰고 가고 있다. 5년이나 10년 단위의 기본계획, 연차별 시행계획이 쏟아지지만 시행 여부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예비타당성 통과는 고사하고 분석대상이 되는 것조차 축하 현수막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웬만한 규모의 사업이라면 구상부터 착공까지 10년 넘게 걸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십수 년에 걸쳐 사업을 완료하면 그 사이 사회·경제적 환경이 바뀌어 타당성을 상실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 ‘특단’의 이름표를 단 정책들이 등장하지만 정작 실행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는 그대로라 문제해결은 지연되고 더 큰 문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계획과 제도는 문제해결을 위해 도입된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1990년대와 2020년대의 문제는 다를 수밖에 없고 해결방안 역시 달라져야 한다. OECD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시행하는 예비타당성조사는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수많은 위원회를 통한 보고와 심의절차 역시 사라져야 한다. 매년 예산을 세우지만 정작 집행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단년도 예산편성 원칙도 폐지해야 한다. 실효성 없는 중장기 계획 역시 대폭적으로 폐기하거나 축소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정계획을 수립하는 상황에서 중장기 계획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제도와 관행을 바꿔야 한다.
 
사회가 급속히 변화한다고, 거기에 적응해야만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과거의 제도와 틀만 만지작거리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면 그것부터 바꾸는 것이 변화를 위한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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