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인기 식을라…日자민당, '망언 방지 매뉴얼' 배포

자민당이 배포한 '실언 방지 매뉴얼'. / 사진=FNN 캡쳐

소속 정치인들의 망언에 시달린 일본 자민당이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언 방지 매뉴얼'을 배포했다.

1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유세국은 '실언이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라는 제목의 매뉴얼을 '유세 활동 핸드북'의 호외 형태인 A4용지 1장 분량으로 정리,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 조직, 참의원 입후보 예정자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매뉴얼은 "발언이 잘린다는 점을 유의해라", "쉼표를 찍으며 계속 늘어놓는 말투는 (부분적으로) 잘릴 위험이 커진다", "마침표를 의식해 문장을 짧게 나누고, 불필요한 표현도 줄여라" 등 조언을 제시했다.

이어 "제목에 사용 가능한 강한 단어에 주의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역사 인식과 정치 신조에 대한 개인적 의견 △젠더·성소수자 관련 개인적 의견 △사고나 재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발언 △질병·노인 관련 발언 △잡담하는 듯한 표현 등 5개 패턴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역사 인식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사죄도 하지 못하고 장기화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매뉴얼은 "비공개 회의에서도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며 "약자·피해자 등을 언급할 때는 더욱 주의하고, 표현에 '브레이크'를 걸도록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매뉴얼은 자민당 소속 정치인이 잇따라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여론이 악화된 데 따른 조처다.

실언으로 논란이 된 일본 자민당 정치인들. "피해지역 부흥보다 정치인"이라는 발언을 한 사쿠라다 요시타카 전 올림픽 담당 장관(왼쪽)과 "촌탁" 발언이 논란이 된 츠카다 이치로 전 국토교통성 차관. /사진=FNN 캡쳐

사쿠라다 요시타카 전 올림픽 담당 장관은 지난달 10일 동료의원의 후원행사에서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의 부흥 이상으로 중요한 건 다카하시 의원”이라고 말해, 지진 피해 지역보다 정치인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받고 사임했다. 이전에도 사쿠라다 전 장관은 수영 선수의 백혈병 투병 소식에 “올림픽 성적을 기대했는데 실망”이라고 하거나, 사이버 보안 장관을 겸임하며 “컴퓨터를 써본 적이 없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츠카다 이치로 전 국토교통성 차관 역시 같은달 1일 "총리나 부총리는 말하지 못하니까 내가 '촌탁(忖度)'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돼 경질됐다. '촌탁'이란 의중을 헤아린다는 뜻으로,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의중을 헤아려 내가 알아서 공공사업을 진행했다"는 의미다. 사업 타당성보다 권력자의 의중을 우선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아베 신조 내각의 2인자로 꼽히는 아소 다로 재무상 겸 부총리는 지난해 5월 "성희롱은 죄가 아니다"라며 가해자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자민당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자민당은 2007년 1차 아베 내각 때 선거를 앞두고 실언에 따른 '사임 도미노'가 일어나 참패한 적이 있다"며 "악몽의 재현을 저지하려는 자민당의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자민당 내에서는 "한심하다", "수준 낮다", "정치인의 발언은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는 등 의견이 인다고 마이니치신문과 FNN 등은 보도했다.

FNN은 매뉴얼을 접한 일본 시민들이 "의원들 수준이 떨어졌다", "굳이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는 것 자체가 중학생 정도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