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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프랑스 우유와 서울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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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선옥 기자
  • 2019.07.2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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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국왕이었던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보내며 공포정치로 악명 높았던 막시밀리앙 로베스 피에르를 무너드린 건 '고작'(?) 우유였다.

그는 "모든 프랑스 아이는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며 우유값을 반값으로 낮추도록 했다. 정부 고시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상인은 차익의 2배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 한다고 엄포했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아이들에게 영양이 풍부한 우유를 마음껏 먹이겠다는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정책이었다.

우유값은 금세 하락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농민들이 반값에 우유를 내다파니 건초값도 거질 수 없다며 젖소를 내다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젖소 감소는 곧 우유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그래서 이번엔 정부가 건초가격을 통제했다. 어떻게 됐을까? 이제는 건초업자들이 이익을 낼 수 없다며 건초를 불태웠다.

젖소 사육량 감소와 건초 부족은 우유 생산량 급감으로 이어졌고 이는 당연히 우유값 폭등을 불렀다. 우유는 암시장에서 부유층만이 사 먹을 수 있는 고급 식료품으로 둔갑했다. 우유 뿐만 아니라 베이컨 버터 와인 식초 감자 등도 이 같은 가격 상한제로 가격이 더 올랐다.

선한 의도라도 시장원리를 무시한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말할 때마다 인용되는 사례다.

정부가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곧 도입할 예정이다. 청약가점이 높은 주택 수요자라면 싸게 집을 분양 받을 수 있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가 반가운 소식이지만 아파트 공급을 앞둔 분양 주체로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로베스 피에르의 우유처럼 가격 통제로 이익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도심 주택공급 대부분이 재건축·재개발에 의지하고 있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 주체들이 분양을 미루면서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세시장의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초부터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 전세지수는 지난주 32주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분양받는 사람이 채권을 매입해 시세차익 일부를 국고로 환수하는 '주택 채권입찰제'로 로또 분양이 낳을 위화감을 해소하려 한다지만 분양시장의 일대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경제학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단순해 보이는 그래프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요가 곧 인간의 욕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을 단순한 가격 통제로 제어할 수는 없다. 정책은 선한 의도 뿐만 아니라 다방면을 두루 볼 줄 아는 합리적인 시각까지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우보세]프랑스 우유와 서울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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