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의 아이폰' 비웃음 샀던 샤오미, 인도 1등 비결

지난 8월 20일 인도 하리아나주(州) 구르가온시(市)에 있는 샤오미 매장에서 한 방문객이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가격 대비 준수한 성능으로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샤오미가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굳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는 올해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8%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삼성전자는 25%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가히 중국이 인도에 건네는 대륙의 선물이라 불릴만 하다.

샤오미는 자국인 중국보다 인도에서 인기가 더 많다.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12%로 화웨이나 오포, 비보에 이은 4위에 불과하다.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업체도 인도에서만큼은 샤오미에 뒤처진다. 현지 업체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다.


샤오미는 인도에서의 이 모든 성과를 불과 4~5년 만에 이뤄냈다. 어떻게 이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영국 BBC방송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질주하는 샤오미의 성공 비결에 대해 "단순히 가격이 쌌기 때문이 아니라 '온라인 전략'이 핵심이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을 통해 빠르고 싸게 제품을 공급하고,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고객을 관리한 것이 통했다는 것이다.

샤오미의 인도 진출이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애플 짝퉁(위조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가난한 사람의 아이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이폰을 쓰고 싶지만, 너무 비사 살 수 없는 사람만 샤오미 휴대전화를 쓴다는 의미였다. 2016년 샤오미의 인도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했다. 인도 IT 전문 언론인 말라 바르가바는 BBC에 "샤오미의 첫 번째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아이폰과 비교됐으며, 심지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샤오미의 성공은 아이폰과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으면서 현실화했다. 9999~1만7999루피의 저렴한 가격에 카메라 성능을 강화한 레드미 시리즈 등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샤오미가 인도에서 첫선을 보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레드미노트8'은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지 단 1시간 만에 동났다. 6400만화소의 고성능 카메라와 6.5인치 고화질 디스플레이 등을 장착하고도 가격은 1만5000루피(약 25만원) 정도로 저렴한 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았다.

리서치회사 컨버전스 캐탈리스트의 자얀스 콜라 연구원은 "샤오미가 2015년 인도 시장에 진출할 때 오프라인 매장에 투자하는 대신 온라인으로 제품을 파는 것에 집중했다"면서 "지금 샤오미가 축적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놀라운 수준"이라고 했다.

인도 통신시장이 3G(세대)에서 4G로 넘어간 것도 샤오미에 도움이 됐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와 경쟁하던 현지 업체들이 4G 기술력에서 밀리면서 점차 도태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2014년 인도 1위를 달리던 마이크로맥스는 4G 시대 적응 실패로 하위 업체로 전락했다.

샤오미는 최근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에도 집중하고 있다. 인도 소비자의 소득 수준이 오르면서 고가 스마트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타룬 파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오프라인 중심의 회사들은 온라인 전용 제품을 출시하고, 반대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했던 제품들은 오프라인 소매상들과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하이브리드 채널 전략은 주요 브랜드들에게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샤오미가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을 넘어섰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샤오미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콜라 연구원은 "샤오미가 애플이나 삼성과 나란히 앉기 위해서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면서 "혁신하지 않거나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값싼 스마트폰이나 팔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