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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아산 정주영과 워렌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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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9.12.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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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정주영과 워런 버핏. 좀 생뚱맞은 대비다. 성공적 기업인이라는 점 외에는 어느 모로도 접점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필자에게는 비교를 통한 기능적 수렴론 검증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지는 인물들이다. 기업지배구조 분야에 많은 이론과 사례도 있지만 아산과 버핏처럼 이를 현실에 구현한 생생한 실체들이 가장 좋은 교과서다.
 
우선 버핏은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을 헛일하는 사람들로 만들어 버렸다. 굳이 책과 강의를 통해 공부할 필요가 없다. 버핏을 따라 하면 된다. 세계 모든 기업의 경영자가 버핏같이 유능하고 윤리적이면 지배구조 연구는 필요없다.
 
그런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지배구조는 교과서에 나오는 원칙들과 반대다. 소유가 집중되고 차등의결권제도까지 채택했다. 이사회도 버핏 자신과 친한 사람 위주로 구성되고 장기 재임 고령자가 다수다. 90세 이상 3인 포함 평균 77세다. 이사회는 1년에 고작 두세 번 하고 사외이사들은 우리말로 ‘거수기’들이다. 아들에게 이사회 의장을 물려줄 거라고 한다. 그러면 버크셔는 나쁜 기업이어야 하는데 사업은 잘되고 사회적으로도 존경받고 주가는 거의 주당 4억원이다.
 
지금 국내 가족경영 대기업에선 3세, 4세 승계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큰 짐을 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가 계속되고 승계 자체에 비우호적인 사회 분위기와 승계하는 사업의 복잡성, 디지털화 시대 글로벌 경쟁 심화 같은 것들이 이들을 압박한다. 한 3세 경영자는 이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마치 구도자처럼 헌신적으로 일하기도 한다. 두꺼운 교과서보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멘토가 더 절실하다.
 
아산은 지금에 비하면 거의 원시시대라 해도 좋을 만큼 미성숙한 사회에서 사업을 일으키고 글로벌 5위권 기업을 3곳이나 일구면서도 한 번도 큰 사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필자가 지금까지 수집한 모든 기록과 심지어 드라마까지 확인해도 그렇다. 버핏에게 의문의 1패를 안겨 미안하지만 사실 버핏은 아산에 비하면 천국에서 사업을 한 셈이다.
 
아산은 격동기에 정치권력으로부터 갖은 수모도 당했지만 권력이 문제 삼을 만한 허점은 없었다. 압축성장 시대에도 그랬고 서슬이 퍼렇던 신군부의 5공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정직하게 사업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아산은 정직의 부산물인 손해와 불이익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에너지와 혁신 자산을 갖고 있었다.
 
멘토는 윤리적 우월성도 갖추어야 한다. 아산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기업인인 이유는 업적뿐 아니라 윤리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산은 기업을 하는 목적과 국가사회적 가치에 확고한 신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목적과 가치에 확신을 갖는 경우 지배구조 문제는 애당초 생기지도 않는다. 1950~60년대 미국에서 기업의 목적이 사회적 기여로 이해될 때 경영자 통제 문제가 없었던 것과 같다.
 
산도 가까이 있으면 크기와 높이를 잘 모르고 우리는 언제나 해외에서 롤모델 찾기에 열중한다. 그러나 버핏 같은 외국 경영자가 오늘날 한국의 정치·경제 환경에서 차세대에 좌표 역할을 해주기는 어렵다. 한국 역사에서 그런 인물이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아산에 대한 조명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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