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실손보험료 오른 만큼 '착한실손' 보험료 싸진다

올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보험료가 인상되는 만큼 똑같은 폭으로 신실손보험('착한 실손')에 가입하는 신규 가입자의 보험료는 인하된다. A보험사의 실손보험료가 9% 오른다면 신실손보험 가입자는 보험료가 9% 저렴해진다는 의미다. 실손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일부 상쇄하는 한편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하기 위한 결정이다.

1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에게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최대 9.9%를 넘지 않도록 할 것과 기존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대신 신실손보험 가입자에게는 같은 비율로 보험료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통상 보험료의 조정 폭은 손해율 등을 감안해 결정하지만 신실손보험의 경우 이와 무관하게 기존 실손보험료가 오르는 만큼 동률 적용을 하라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의료이용량 증가 등으로 최근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 손해율이 130%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새해에 평균 15%대 보험료 인상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당국은 소비자 부담 등의 이유로 두 자릿수대 인상은 불가하며, 특히 기존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가 신규 가입자에게 전가돼 보험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존 실손보험료 인상과 신실손보험 인하가 같은 폭으로 조정되게 됨에 따라 10%대 인상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실손상품의 보험료가 오르는 만큼 신실손보험의 보험료를 같은 비율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보험료를 많이 올릴 순 없는 상황"이라며 "각사별로 신실손보험의 인하 여력을 감안, 기존 상품의 인상 폭을 재조정해 전산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계속해서 나빠지자 2017년 4월부터 일부 비급여 항목(도수치료·비급여주사·비급여 MRI)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자기부담금 비율을 30%로 높인 대신 보험료는 낮춘 신실손보험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존 실손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가입자들이 대거 신실손보험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018년 상반기 기준 실손의료보험 전체 가입 건수(3405만건) 중 신실손보험 가입 건수는 12.2%(415만건)에 불과하다. 매년 보험료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체감 할인율이 크지 않고 자기부담금 비율이 높은 신실손보험을 외면한 탓이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매년 적지 않은 수준의 실손보험료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신실손보험은 오히려 크게 인하되는 셈이라 의료이용량이 많지 않고 보험료가 부담되는 가입자는 갈아타는 것을 검토해 볼 만 하다"며 "다만 기존 실손보험의 혜택이 커서 보험료 할인만으로 가입자가 늘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당국은 연내 업계와 함께 실손보험 구조 개편 추진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신실손보험을 다시 한번 개편한다. 기존의 보험료 할인제에 더해 의료이용횟수 등에 따른 보험료에 차등을 둬 과잉진료·과다 의료 서비스 이용 등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