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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 한숨·한예슬 피어싱…왜 논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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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단비 인턴기자
  • 2020.01.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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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막힌 여성연예인들, 빼앗긴 '표현의 자유'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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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자꾸 관종같으신 분들이 '웅앵웅'(실없는 소리) 하시길래 말씀드리는데 그냥 몸이 아팠다." "짧은 의상 입었을 때 일부러 느리게 재생시켜 짤(짧은 영상) 만들어서 올리는 것 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 "(한숨을 쉬며) 자 김구라씨 진정하시고요." "(최근 읽은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근에 '82년생 김지영'이랑 '별일 아닌 것들도 별일이 됐던 어느 밤'도 읽었어요."

최근 여성연예인들을 검열하는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유행어를 사용해서, 원하지 않는 영상에 불쾌함을 표해서, 원활하고 재밌는 진행을 하기 위해서, 질문에 솔직히 답변해서 원성을 사고, 비난을 받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을 자유롭게 읽을 '선택적' 자유


배우 정유미, 김도영 감독, 배우 공유가 지난해 9월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모습./사진=김휘선 기자
배우 정유미, 김도영 감독, 배우 공유가 지난해 9월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모습./사진=김휘선 기자

검열은 책 '82년생 김지영'의 등장으로 촉발됐다. 한국 여성들이 겪는 일상적 차별을 그린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우뚝 섰지만 여성연예인들에게 '82년생 김지영'은 금서가 됐다.

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2018년 3월 팬미팅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말했다가 일부 팬들이 아이린의 사진을 찢거나 불태우며 '탈덕'(팬을 탈퇴함)을 선언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배우 정유미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보이콧'하겠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배우 서지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82년생 김지영' 책 사진을 올렸다가 악플 세례를 받고 해당 게시글을 삭제해야만 했다. 이후 배우 김옥빈이 "자유롭게 읽을 자유. 누가 검열하는가"라는 댓글로 서지혜를 응원했다.

문제는, 이런 비난의 화살이 여성연예인에게만 겨눠진단 것. 그룹 방탄소년단의 RM과 방송인 유재석,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 등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지만 논란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노 전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 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하기까지 했다. 같은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두 성별은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금서 논란에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82년생 김지영'의 책을 읽으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는 게 문제"라면서 "그런데 페미니즘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게 죄인가? 페미니즘에 대한 어떤 편견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브라'랑 피어싱이 논란?…그게 바로 HIP


사진 왼쪽부터 그룹 마마무의 화사, 故 설리/사진=임성균 기자, 이기범 기자
사진 왼쪽부터 그룹 마마무의 화사, 故 설리/사진=임성균 기자, 이기범 기자

읽는 자유를 검열당한 여성연예인들에겐 외적인 측면에 대한 간섭도 심해져만 가고 있다. 배우 한예슬은 지난 7일 코에 피어싱을 착용한 채 '제34회 골든디스크어워즈' 음반 부문 시상식에 참석했다.

다소 파격적이면서 새로운 그의 모습은 하루종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했다. 시상식 액세서리로는 지나치게 파격적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다음날 쇄골 피어싱이라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가수 현아 또한 함께 언급됐다.

故 설리는 '노브라(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검열에 시달려왔다. 대중들은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된 사진들 속 설리가 브래지어를 착용했는지를 끈질기게 확인했다. 그룹 마마무의 화사는 노브라, 히프 슬렁룩(바지의 지퍼를 잠그지 않고 골반에 걸치는 것)의 공항패션으로 파격의 아이콘으로 대두됐다.

생전 설리는 자신을 둘러싼 노브라 논란에 대해 "내게 브래지어는 액세서리와 같다"며 "입은 옷에 따라 어울리면 하고, 어울리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지금도 하지 않았는데 모르지 않냐"고 응수하기도 했다. 화사는 마마무의 노래 'HIP'의 가사 "코 묻은 티, 삐져나온 팬티, 떡진 머리. 내가 하면 HIP(앞서 있다는 뜻)"를 부르며 논란에 유쾌하게 대응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이러한 검열은 80~90년대 연예인들이 외적인 모습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자유의지를 침해하고, 차별하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며 "시대를 뛰어넘는 예술가들이 재평가되고 있는 시점에서 여성 연예인들의 외향적인 모습을 검열하는 건 그 시절의 실수를 또다시 반복하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숨도, 눈물도, 호소도, 무표정도…결국 사과해야만 했다



그룹 트와이스의 지효./사진=임성균 기자
그룹 트와이스의 지효./사진=임성균 기자
그뿐만이 아니었다. 개그맨 박나래는 연예대상 진행 도중 방송인 김구라의 돌발 발언에 '한숨'을 쉬었다고 '무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일 연예대상의 주인공보다 더 화제였다. 김구라가 타사 연예대상에서 "코미디적인 요소였을 뿐"이라고 해명하기까지 했다.

2013년에는 그룹 카라의 故 구하라와 강지영이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강요된 애교와 지나친 연애설 언급으로 눈물을 보이자 온갖 온라인 커뮤니티와 보도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룹 에이프릴의 진솔은 올해 만 19세가 된 미성년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짧은 의상이나 달라붙는 의상 입었을 때 춤추거나 걷는 것, 뛰는 것 일부러 느리게 재생 시켜 짤 만들어서 올리는 것 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며 "내 이름 검색하면 가끔 몇 개 나오는데 너무 싫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것) 그룹이 그렇게라도 떠야지", "노이즈마케팅 하네?" 등의 악플이 이어졌다. 아직까지도 포털엔 에이프릴 진솔의 연관검색어로 '움짤'(움직이는 사진)이 등장한다.

이렇게 행동이, 외양이, 태도가, 말투가 검열된 여성연예인들은 떠밀리듯 사과를 한다. 최근 팬들과 나눈 대화에서 시상식 도중 자리를 비운 이유를 "자꾸 관종같으신 분들이 '웅앵웅'(실없는 소리) 하시길래 말씀드리는데 그냥 몸이 아팠다"고 말한 지효는 숨겨왔던 무대공포증 등 심리적 고통을 고백하면서 사과했지만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여전히 "해당 발언이 남혐(남성혐오)의 여지가 있다는 것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았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하지만 '웅앵웅'은 트위터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알려져 있다. 과거 한 누리꾼이 한국 영화의 음향 효과가 잘 전달되지 않아 배우들의 대사가 '웅앵웅 초키포키'로 들린다고 묘사한 것이 시초다. 이를 미국 영화배우 토머스 맥도넬(Thomas McDonell)이 자신의 트위터에 인용해 올렸고, 이것이 화제가 되며 '초키포키'를 제외한 '웅앵웅'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표현이 여성 커뮤니티에서 주로 남성을 비하하기 위해 쓰인다고 주장해왔다.



"사과할 일이 아닌 것엔 사과할 필요 없다는 용기 보여줘야"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은 표정, 신념, 말투, 눈빛, 한숨, 외향적 모습까지 검열의 대상이 된다"며 "이로 인해 여성연예인들은 잘못한 것이 없을 때도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효의 '웅앵웅'이나 박나래의 '한숨' 등이 여성연예인이어서 지적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선 "래퍼 산이의 '웅앵웅' 제목의 노래는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며 "남자개그맨들은 무례한 말을 개그라고 지칭하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웃자고 하는 건데 죽자고 덤벼드냐'고 되려 나무라지 않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남성들은 여성 연예인을 검열하고 사과하게 만들고 무릎 꿇게 만들어 여성들에게 본보기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희소한 아름다움을 가진 특별한 여성도 남성의 맘에 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일반 여성들에게 무력감과 공포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소속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사과할 사항이 아닌데, 퍼지지 않도록 사과를 종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소속사의 역할은 아티스트의 편에 서서 사과할 일이 아닌 것엔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성 연예인들은 음주운전, 폭행 등 사회적인 큰 파장이 일어나는 사건에만 선택적으로 사과문을 올려도 허용되는 관대함이 주어지지만 여성연예인들에겐 그렇지 않다"며 "사과하지 않을 것에 대해 사과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는 이를 지켜보는 일반 여성들까지도 상처받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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