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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업 지배구조 개선, 법치가 만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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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사무엘 기자
  • 2020.0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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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외이사 문제는 법으로 강제하기 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모 연구원은 최근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한 법무부의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평소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방안에 대해 연구해 온 연구원조차 우려를 내비칠 정도로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문제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가 된 개정안은 사외이사가 한 회사에서 6년 이상(계열사 포함 9년) 재직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사외이사가 한 회사에 오래 재직함으로써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당장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새로 구해야 하는 상장사들의 입장은 난감하다.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할 뿐더러 전문가 인력풀이 적은 국내 사정상 사외이사를 구할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개선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방법의 적절성과 실효성이다.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지적으로는 장기재직 문제도 있지만 전관예우나 과도한 보수에 대한 지적도 상당하다. 대기업 사외이사 중에서는 한 달에 한 두번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문 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수는 중요하지만 과도한 보수는 독립성에 문제가 된다.

전관예우도 마찬가지다. 전직 고위 공무원에게 사외이사라는 '노후 일자리'를 챙겨주는 경영진에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사외이사는 몇이나 될까. 이런 문제들을 건드리지 않고 임기만 손 본다고 사외이사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될 리 만무하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은 사외이사 말고도 다양하다. 주주친화적 투표제도, 주주가치 환원, 이사회 운영의 실효성,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여부 등 여러 장치들을 고민해 볼 수 있다. 굳이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해 상장사들의 불필요한 불편을 초래하지 않고도 말이다.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의 트렌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지배구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회사는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앞서 모 연구원의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기자수첩]기업 지배구조 개선, 법치가 만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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