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은 경영진과의 친밀도에 비례한다?

사도세자의 아들로 유명한 정조는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통틀어 우리나라 국민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왕이다.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정조의 이야기는 조선왕조 스토리에 항상 나오는 단골메뉴로도 통한다. 또한 정조의 이야기는 세종대왕, 이순신과 함께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 않은 우리나라 3대 역사서사시에도 들어간다. 그런데, 이런 정조의 이야기를 다룰 때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정조의 비서실장 홍국영(1748~1781)이라는 사람이다.

홍국영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노론으로부터 어린 정조를 보호한 인물이다. 이런 인연으로 홍국영은 정조가 왕이 되기 전부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지내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또한 정조를 보필하여 개혁을 추진한 정권의 실세이기도 했다. 뛰어난 개혁적 지략가로, 정치판을 새롭게 짠 인물로서 역사에서는 홍국영을 꽤나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홍국영도 결국 권세 7년 만에 정조의 명에 의해 도성에서 추방되고 결국 유배지에서 자신의 삶을 마감하게 된다. 당시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에는 "정적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준 홍국영에 대한 고마움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었지만, 조정대신을 함부로 대하고 종묘사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등의 전횡이 끊이지 않자 결국 홍국영의 유배를 결정했다"고 적혀 있다.

얼마 전, 조카 때문에 큰 낭패를 보신 분을 만났다. 그 분에게는 가난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돌봐 준 누이가 있었는데, 그 누이가 세상을 떠나면서 말썽쟁이 아들을 부탁하고 떠났다고 한다. 가난한 시골집안에서 누이의 보살핌을 받으며 어렵게 자란 그에게 있어서 누이의 부탁은 거스를 수 없는 하늘의 명령과도 같았다. 그는 누이의 장례를 치르는 즉시 누이의 아들을 회사에 출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누이의 아들은 제대로 공부를 못한 탓에 부서배치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때는 운전기사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비서가 되기도 하는 등 주로 사장 주변의 일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누이의 아들은 조금씩 사장의 그림자가 되어갔다. 그리고 어느 새 보이지 않는 실세로 군림하는 위치까지 오르게 된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장 조카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가식적인 행동도 하기 시작했다.


한창 잘 나가던 사장 조카의 무소불위의 권력은 결국 술자리에서 같은 회사의 직장상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터짐으로써 일단락 되는데,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못된 조카의 행실을 나중에 알게 된 사장이 사태를 수습해 보려 노력했지만 주요 포지션에 있던 직원들이 모두 회사를 떠난 뒤였다고 한다.

아래의 그래프는 지난해(9/26~10/7) 직장인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다. ‘선발과 육성’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지식포럼을 개최하기에 앞서 현상파악을 위한 자료로 쓰기 위해 조사한 것이다.


직장인들은 '경영진과의 친밀도'가 잠재능력, 동료평가와 함께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승진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경영진의 입김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직장인들의 눈에는 경영진과의 친밀도가 다른 요소들보다도 훨씬 더 효과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기왕이면~' 이라는 조건하에 경영진과 친한 사람들이 승진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인사고과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의 경영자라면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공정한 인사를 원하지 자기의 입맛을 위해 조직을 망치는 길을 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선에서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역사 속 정조의 행동을 반추삼아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볼 일이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