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中여행객수 최대 60%↓...여행업계, 신종 코로나 '쇼크'(종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확산되고 있는 30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대기 공간이 한산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중국 우한을 오가는 노선의 운항이 중단된 데 이어 다른 중국 구간의 운영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업계가 시린 겨울을 나고 있다. '일본여행 불매'가 거센 가운데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악재까지 겹치며 해외여행 송객수가 급감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아웃바운드 여행사인 하나투어 (59,300원 ▼700 -1.17%)와 모두투어 (15,770원 ▲10 +0.06%)의 1월 모객실적이 나란히 부진하다. 하나투어는 이날 지난달 패키지와 호텔 등을 포함한 해외여행 상품 판매가 18만70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9.7% 감소했다고 밝혔다. 모두투어 역시 해외여행 송객 수가 12만4000명을 기록, 전년 대비 23.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일본여행 보이콧'이 여전한 상황에서 믿었던 중국 시장까지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1월은 겨울방학과 설 연휴로 가족단위 여행수요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중국시장의 인기가 높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부터 장자제, 하이난 등 가볼만 한 명소나 휴양지가 많아서다. 중화권 전체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홍콩이나 대만까지 여행 선택지가 많아진다.

하지만 하나투어의 1월 중국 노선 수요는 지난해보다 62.2% 감소하며 크게 부진했다. 중화권 핵심 여행지인 홍콩이 반정부 시위 여파로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확산한 우한 폐렴 여파로 본토 여행상품 판매까지 주저앉아서다. 모두투어 역시 같은 이유로 중국노선 판매가 지난해보다 32.7%나 감소하며 실적에 직격타가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퍼지기 시작한 우한 폐렴 사태는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며 급격하게 국내 여행수요를 떨어뜨렸다. 실제 모두투어의 경우 설 연휴 직전부터 하루 새에 1000명이 넘는 중국여행 취소자가 나오는 등 1~2월 취소율이 급증했다. 우한 폐렴이 호흡기로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알려진 데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중국 내에서 이동하는 인구도 많다는 점에서 불안심리가 퍼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마스크를 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정부는 이날 '중국 전용 입국장'을 만들어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기내에서 작성한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 정보를 확인한 뒤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 놓았다. /사진=뉴스1

일본시장도 여전히 맥을 추지 못했다. 하나투어의 지난달 일본노선 모객은 전년 대비 85.5% 감소, 지난해 12월(84.2%)과 비슷한 역성장세를 이어갔다. 하나투어는 지난 10월(-82.3%)부터 일본노선 성장률이 80%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모두투어는 83.7% 역성장하며 지난해 9월부터 지속된 90%대 역성장 기조를 다소 낮추는 데 만족해야 했다.


문제는 일본여행 보이콧과 달리 우한 폐렴 사태는 전반적인 여행수요까지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중국인 등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몰리는 공항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며 아예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하나투어의 경구 중국과 일본의 대체여행지로 주목 받는 동남아 지역 수요도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는 초비상 상태다. 제2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단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 중국을 찾은 여행객은 194만 명으로 전년(212만 명)보다 20만 명 줄었다. 당시 한창 해외여행 인기가 높아지는 시기였지만 사스로 전반적인 여행 수요가 꺾이며 많은 여행사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번 우한폐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벌써부터 2003년 사스 때보다 여행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미 항공노선이 막혔고 여행상품 판매 중단도 줄잇고 있다"며 "우한 폐렴이 현재 중국을 넘어 미국 등 세계적으로 번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행산업 전반이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