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동생을 살려주세요

"제 동생을 살려주세요.“

언니가 울며 호소했어요. 모멘트 아케이드가 자사 서비스에 접속된 일부 유저를 강제 해제하겠다고 선언했대요. 언니는 그걸 반대하고 있어요.


언니는 의식 불명자에게 모멘트 아케이드 시스템을 연동시키는 치료방법을 연구했어요. 시스템 이용에 동의한 가족에게만 한정판 모멘트 아케이드가 의식 불명자들의 뇌에 직접 연결되어 공개되었어요. 페이지 왼쪽 상단에서 빛나는 베타 아이콘이 아주 익숙했습니다. 제가 당신의 경험을 우연히 발견했던 그곳이 바로 베타 버전 모멘트 아케이드, 언니의 연구팀이 개발사에 제안해 세상에 나온 버전이었어요.

"아아…"

언니는 내 삶을 돌려주려고 모멘트 안팎에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던 거예요.


"자살 시도자의 강제 안락사를 반대합니다."

"모멘트 아케이트 안에서 살아있어요. 동생은 지금 살고 싶다고 소리치고 있어요. 세션 강제 종료를 막아주세요.“

언니가 사람들에게 호소합니다.

이제야 기억납니다. 저는 작은 골방에서 수면제를 먹고 죽을 각오를 했어요. 인터넷에서 그런 말을 봤죠.

- 자살한 자들이 식물인간이 되었다면 이들을 살리기 위해 국가적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 같은 돈으로 빈곤한 가정의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옳은가?

- 연약한 심장이 모멘트에서 상품이 되는 시대. 인간의 효율이 점점 더 고도화된다.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닫은 사람을 연명하는 데에 제한된 사회적 자원을 쏟을 수 없다.

저는 그 말에 아주 깊이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수면제를 털어 넣을 각오를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의식 불명 상태로 석 달 월세가 밀렸던 골방에서 끌려 나와 병원으로 이송되었죠. 병원에서 언니가 장착해준 '리모트 리얼'로 저는 다시 모멘트 아케이드에 들어섰던 거예요.

"이제 네 삶을 살아.“

엄마 장례식장에서, 제 침상 머리맡에서 내게 속삭였던 언니의 말이 기억났습니다. 저는 그 말을, 언니가 저와 또다시 거리 두겠다는 선언이라고 이해했어요. 그래서 홀로 남겨진 뒤 두 배로 언니를 증오했어요. 근데 그건 언니가 내게 남긴 응원의 말이었더군요.

모멘트 안에서 12년을 언니의 눈으로 바라봤기 때문일까요. 언니의 고통을 나도 대리 체험했습니다. 언니의 심장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을 때, 언니 눈앞에는 상처 입은 내가 있었어요. 상대를 몹시 참담하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의식을 잃고 간신히 생을 연명하던 모습까지도요. 하지만 언니는 결심합니다. 어떻게든 동생을 구해야 한다고요. 구하겠다고요.

저는 아직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있습니다. 언니가 보호자 침대에 누워 '리모트 리얼' 슈트를 입습니다. 언니의 아바타가 가끔 아케이드 안으로 나를 만나러 와 주었네요. 우린 정말 오랜만에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주로 어린 시절 이야기였어요. 어느 춥고 배고프던 겨울밤, 어린 우리 둘만 있었던 그 방의 기억에 대해. 언니가 그때 그런 말을 했죠.

"누군가 올 거야.“

그때 우리에겐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난 아무도 내게 손 내밀지 않은 삶을 증오했는데, 언니는 자신이 손을 내밀 어른이 되려 노력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