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중단' 위기 vs '아파트 개발' 기회…시험대 오른 OCI 이우현

오너 3세 경영자로 OCI를 이끌고 있는 이우현 부회장이 위기와 기회의 중대 고비에 섰다.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2013년 이후 그가 진두지휘한 폴리실리콘 사업은 군산공장 '무기한 가동중단'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오너 경영자에겐 치명적 타격이다.


반면 기회도 있다. 제약·바이오 사업이라는 '플랜B'를 마련한데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로 실탄도 마련할 수 있다. 이제 관건은 부동산 분양이 얼마나 성공을 거두느냐에 있다.

◇이 부회장이 지휘한 폴리실리콘 사업의 좌절= 무기한 가동중단에 돌입한 군산 2·3공장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소재 '폴리실리콘' 사업은 이 부회장이 강한 애착을 갖고 주도해왔다. 이 부회장은 "회장님(선친)은 집을 지을 때부터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쓰셨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사업은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최근 수년간 가격이 계속 떨어진데다 중국보다 3배 비싼 한국의 전기료도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OCI는 지난해 180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급기야 적자로 돌아섰다. 2016~2018년 3년 연속 흑자를 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공장이 문을 닫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한다.

2018년 1조원이 넘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4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오너십을 이어받은 이 부회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검증된 숫자'였지만 결과가 썩 좋지 않다.

이 부회장의 플랜B는 제약·바이오 사업이다. 2018년 직접 신성장 동력으로 이 사업을 골랐다. 부광약품과 지분 5대5의 합작벤처를 설립했고, 바이오벤처 지분 투자에 나섰다. 2025년 OCI 매출 50%를 바이오사업에서 이루겠다는 청사진도 있다.

이 부회장은 '밑빠진 독'인 군산공장의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해 25% 이상 원가를 줄이는 한편, 추후 군산 공장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에 집중하고 말레이시아 공장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기지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인천 옛 공장 부지 개발로 2조원 잡을까= 이 같은 플랜B가 먹혀들려면 투자자금이 필수다. 이 부회장의 희망은 이제 인천공장 부지 개발로 쏠린다.

총 154만6747㎡(46.7만평) 부지의 초대형 개발인 이 사업은 인천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아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1만3000여 세대의 주거단지와 업무·상업시설을 조성한다.

이 부지는 땅값만 1조원대로 추산된다. OCI의 자회사로 아파트 개발 시행을 맡은 DCRE는 2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DCRE는 이달 중 착공에 들어가 순차적으로 아파트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이 같은 전략으로 위기를 넘기려는 이 부회장 경영의 안착은 아직 미지수다. 워낙 사업규모가 크다보니 분양에 소요되는 시간만 4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그만큼 현금이 장부로 들어와 제약·바이오 사업의 실탄으로 사용되기까지 시차가 있을 수 있다.

이 부동산 개발에 대한 지역사회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인천 환경시민단체들은 이 개발사업의 공사중지 명령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공장 터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불소, 수은, 구리, 납, 아연 같은 중금속이 검출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파트는 물론 상업시설도 분양을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OCI 관계자는 "일단 국내 공장을 멈춘 것 만으로도 급한 불은 끈 셈"이라며 "부동산 개발을 통해 최대한 빨리 현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