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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저 불법체류자인데요"…그들이 당당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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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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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무서워 짐싸는 불법체류자들(종합)

[편집자주] 외국인 노동자는 일선 산업현장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과 건설업, 중소기업 등에선 외국인 노동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우려도 존재한다. 불법체류자가 셀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것. 코로나19(COVID-19) 여파와 법무부의 재입국 허용 등 파격적 혜택으로 불법체류자들의 자진신고가 급증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 현황 및 관리대책을 짚어봤다.


"조사 받다가 비행기 놓쳐요" 당당히 떠나는 불법체류자들


①출국 폭증시킨 '세 화살' …코로나·경기불안·자진출국 신고제

지난 10일 방문했던 서울시 양천구 목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자진출국 신고 접수 창구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지난 10일 방문했던 서울시 양천구 목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자진출국 신고 접수 창구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출국 전 경찰 수배·범죄 전력 여부를 다 조사받으면 비행기는 언제 탑니까. 빨리 출국하게 해주세요.”, “직항편 있는 날이 적으니 꼭 이날 출국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으로 중국 국적자를 중심으로 한 불법체류자들이 몰려와 “내가 원하는 출국일을 맞춰 달라”며 이 같은 민원을 제기한다.

그동안 돈벌이 때문에 숨어 지내던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쓴 채 청사를 찾아 오히려 “꼭 나가야겠다”고 요청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과 그에 따른 경기 불안, 법무부의 자진출국 신고제도 혜택 등 3대 요인이 맞물린 신풍속도다.

◇오전부터 붐비는 마스크 쓴 불법체류자들

[MT리포트]"저 불법체류자인데요"…그들이 당당해진 이유

지난 10일 방문한 청사 2층 자진출국 신고접수 창구엔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쓴 불법체류자들로 붐볐다. 청사 직원은 “19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나 2003년 한시적으로 시행된 불법체류 합법화 조치 때처럼 대량 출국하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엔 제주도 중국총영사관 앞에 중국인 불법체류자 2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중국행 항공편을 다시 운항해 달라”고 요구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대구에선 딸과 함께 거주하면서 외국인 등록을 하지 않은 70대 중국 국적 교포가 귀국 절차를 밟기도 했다. 한국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오히려 ‘중국이 더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3월2일부터 3월5일까지 나흘 동안 자진 출국을 신고한 외국인 규모는 6783명에 달했다. 2월24일부터 3월1일까지 7일 간 신고자(5306명)를 웃돈다.

◇'코로나·경기불안·자진신고' 출국 이끈 세가지 요인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서비스센터에서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자진 출국신고를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불법체류 외국인 5,000여명이 자진출국 신고를 하며 전주보다 5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돈을 벌기 보다는 안전한 자국으로 돌아가려는 이들이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탈 코리아 러시를 이루게 된 것은 법무부의 자진출국신고 제도가 한몫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무부는 최근 코로나19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오는 6월까지 자진출국신고를 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재입국을 사실상 보장해주기로 했다. 2020.3.6/뉴스1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서비스센터에서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자진 출국신고를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불법체류 외국인 5,000여명이 자진출국 신고를 하며 전주보다 5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돈을 벌기 보다는 안전한 자국으로 돌아가려는 이들이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탈 코리아 러시를 이루게 된 것은 법무부의 자진출국신고 제도가 한몫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무부는 최근 코로나19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오는 6월까지 자진출국신고를 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재입국을 사실상 보장해주기로 했다. 2020.3.6/뉴스1

3월 2일은 코로나 확진환자 규모가 전날보다 599명이나 늘어난 4335명을 기록한 시점이었다. 이를 계기로 코로나 사태가 심상찮게 흘러간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불법 체류자들도 자진 출국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불법 체류자들의 주된 일터인 건설·요식업 경기도 불안해져 일감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재입국 허용 등 법무부의 파격적인 혜택도 귀국을 부추겼다. 법무부는 오는 6월 말까지 자진 출국하면 입국 금지 및 범칙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출국 후 3~6개월이 지난 뒤 단기방문 비자(C-3, 90일)로 재입국하는 기회도 준다. 40만명에 육박하는 불법체류자들을 양지로 끌어올려 향후 국내 활동 길을 터주겠다는 파격적 정책인 셈이다.

◇"하늘길 막혀 못돌아가요" 사례도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3층 국제선 출국장에서 중국인들이 발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도내에 거주하던 중국인 불법체류자 등의 자진 출국이 이어지고 있다.2020.3.10/뉴스1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3층 국제선 출국장에서 중국인들이 발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도내에 거주하던 중국인 불법체류자 등의 자진 출국이 이어지고 있다.2020.3.10/뉴스1

코로나 사태로 항공편이 축소되자 “무조건 빨리 가는 것보다 직항 항공편 등이 있는 날에 딱 맞춰 출국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여유 있는 불법체류자들도 나온다. 불법체류자 자진신고 혜택 물꼬를 터주자 나타난 현상이다.

떠나려고 해도 비행편이 없는 불법체류자들도 있다. 항공 노선운항이 중단된 몽골 출신 불법 체류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비행기표가 없어 귀국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청사 관계자는 “6월까지 자진신고에 따른 혜택이 커 출국이 많을 것”이라며 “온라인 신고 제도인 ‘하이코리아’도 이날부터 실시돼 현장 민원 소요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 노동자 이탈과 관련, “지금처럼 경제 활동이 줄고 필요 노동력도 줄어든 상태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 중소 제조업을 중심으로 노동력 재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곳들에선 일시적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분석했다.

김지훈 기자



"외국인 노동자는 주민 아닌 근육덩어리"



[MT리포트]"저 불법체류자인데요"…그들이 당당해진 이유

국내에서 일하고 싶은 외국인이 활용할 수 있는 취업 비자는 열 가지가 넘는다. 이 중 고용허가제 틀 내에 있는 E-9, H-2 비자는 구인 및 구직을 민간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관리한다. 고용허가제 실시로 합법적으로 일하던 외국인노동자가 불법 체류자로 남는 사례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가족동반 금지 등 뒤처진 외국인노동자 인권 정책은 앞으로 개선할 과제로 지적된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는 동남아시아 국가 국민이 주로 발급받는 E-9 비자, 중국·고려인 동포가 발급받는 H-2 비자로 나뉜다. E-9 비자 기준 올해 외국인력 도입한도는 5만6000명이다. 정부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외국인력 도입 한도를 두고 있다.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노동자는 27만명으로 추산된다.

[MT리포트]"저 불법체류자인데요"…그들이 당당해진 이유

◇고용허가제 16년, 중기-외국인 매칭

고용허가제는 2004년부터 시행됐다. 산업기술연수생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과거 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불법체류자 양산, 인권 침해 등으로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려는 외국인노동자는 우선 현지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하에 한국어 시험과 기능시험을 치른다. 시험 합격자 가운데 추천된 외국인노동자가 국내 기업과 계약을 맺는다.

외국인노동자는 기본 3년 근로계약을 맺는다. 3년 동안 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면 사업주는 근로계약을 1년 10개월까지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최대 고용기간이 4년 10개월인 셈이다. 사업주는 성실근로자 제도를 활용해 계약 종료 후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노동자를 다시 4년 10개월 동안 재고용할 수 있다. 단 출국 후 3개월이 지나야 한다.

고용허가제는 안정적인 외국 인력 공급 제도로 정착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국내 중소기업계와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다. 특히 뿌리산업, 농축산업 등 국내 기피업종에서 활용도가 높다. 올해 E-9 비자 외국인력 도입 인력을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4만700명, 농축산업 6400명 순으로 많다. 외국인력 도입한도는 무분별한 저임금 외국인노동자 채용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동의 자유와 노동허가제 쟁취 등의 구호를 담은 공을 굴리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네팔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베트남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스스로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며 일터를 옮길 수 있는 이동의 자유를 달라고 촉구했다. 2019.10.20/뉴스1
20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동의 자유와 노동허가제 쟁취 등의 구호를 담은 공을 굴리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네팔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베트남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스스로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며 일터를 옮길 수 있는 이동의 자유를 달라고 촉구했다. 2019.10.20/뉴스1

◇"외국인 노동자, 주민 아닌 근육덩어리로 지낸다"

하지만 고용허가제가 외국인노동자 인권은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주노동자 단체는 외국인노동자가 최장 9년 8개월 동안 국내에서 거주하지만 주민으로서의 권리는 거의 행사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사업장을 옮기기 쉽지 않아 사업주를 잘못 만난 외국인노동자의 인권 피해도 종종 발생한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외국인노동자는 국내에서 오래 일해도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인간이 아닌 '근육덩어리'로 지내게 된다"며 "코로나19 상황만 봐도 외국인노동자가 당장 마스크를 제대로 살 수 있는지 의문인데 고용허가제를 사회안전망 제공 측면에서 보면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가족동반금지 규정은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허가제 성과와 과제' 보고서를 작성한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교 교수는 "정부는 외국인노동자의 국내 정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통한 저숙련 외국인노동자에게 가족 동반 사증을 발급하고 있지 않다"며 "사업주 친화적인 동시에 인권 친화적으로 외국인노동자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급증한 불법체류자를 모니터링 중인 고용부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온 E-9 비자 소지자는 적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는 관광비자나 무비자입국으로 한국에 왔다 그대로 머무는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7월 기준 불법체류자는 37만889명으로 이 중 태국인이 14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MT리포트]"저 불법체류자인데요"…그들이 당당해진 이유


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직원 절반이 외국인 노동자…그들 떠나면 공장 멈춥니다"




[MT리포트]"저 불법체류자인데요"…그들이 당당해진 이유

수도권에서 금속·폐기물 재활용업체를 운영 중인 이모 대표는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세가 걱정이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공장은 직원 10명 중 5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출퇴근 중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이유로 자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나서면 당장 공장 운영이 힘들어진다. 현재는 대부분 휴가차 고향으로 돌아갔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귀국을 늦추고 '무급휴직'을 신청한 베트남인 직원 1명만 일손을 놓고 있다.

이 대표는 "일이 힘들고 단순노동이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은 채용하기 어렵고 젊은 사람은 기피하기 때문에 기숙사를 지어 놓고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게 최선"이라며 "아직까지 이 지역에 확진자가 적어 동요는 없지만 이 친구들이 혹여나 돌아가겠다고 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 고용 영세·중소업체 '좌불안석'…"공장 멈출까 걱정"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안을 자극하면서 영세업체와 중소기업의 고민이 깊어진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인이 기피하는 힘들고 고된 일자리를 메우고 있는데, 이들이 떠나면 공장 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곳들이 적잖다.

특히 국내 젊은 인력 확보가 어려운 기피시설이나 지방에 위치한 영세업체, 중소기업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외국인노동자가 줄어든 자리를 한국인이 채우면 인건비가 늘고, 기업의 비용 증가가 운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노동자가 떠나면서 운영이 힘든 중소기업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한국 사람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부족한 상황에 처하면 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저리에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지난달말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위해 250억원 규모였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6250억원 규모로 대폭 늘렸다. 금리도 0.5%포인트 인하해 2.15%(변동금리)로 융자를 지원한다.

◇고령화된 농촌엔 직격탄…"일손 구하기 어려워" 발동동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고령화' 된 농촌도 예외가 아니다. 직접적인 감염으로 인해 자가격리된 환자도 문제지만 영농철을 맞아 일손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란 점에서다.

특히 그동안 '농촌일꾼'으로 큰 역할을 해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국행을 선언하거나, 입국 예정이던 노동자들이 취소하는 일이 속출하면서 일손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충남 청양군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강민구씨(54)는 "다음 달엔 고추 파종을 해야 하는 데 일손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며 "이 시기를 놓쳐버리면 한 해 농사를 다 망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 했다.

기계를 많이 쓰는 논과 달리 밭은 손이 많이 가다보니 일손 확보에 더 노심초사하고 있다. 강씨는 "이 지역만 해도 한 해 외국인노동자가 200~300여명 달하는 데 이를 대체할 노동력이 전무한 상태"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영농포기 귀국 잇따라

외국인노동자는 그동안 3개월 단기 취업비자(C-4)로 국내에 들어와 농어촌 등에서 일해 왔다. 임금이 국내 노동자의 절반 정도인 최저임금 수준인데다, 대부분 젊은층이어서 농가에선 이들 '계절노동자'를 크게 반겨왔다.

2015년 이후 국내 농어촌에서 일한 계절노동자는 1만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귀국하거나 입국을 주저하는 노동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이달 말 입국 예정 노동자 119명 가운데 필리핀, 베트남 국적의 12명은 4월 이후로 입국을 미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중국에서 오기로 한 계절노동자를 동남아 노동자로 변경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다.

신희은 기자, 정혁수 기자



월급 4배, 기술도 배운다…한국이 '기회의 땅' 소문난 이유




[MT리포트]"저 불법체류자인데요"…그들이 당당해진 이유

#태국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A씨는 지난해 한국에 왔다. 경기도의 한 가구공장에 취업한 A씨는 약 25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태국에서 취직해 일할 때 보다 3~4배 많은 돈이다. 태국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고 저축도 할 수 있어 A씨는 한국 생활에 만족해 한다.

A씨와 같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스스로 직업능력을 높일 수 있고 상당한 임금도 받을 수 있다.

몇 년 간 한국에서 일해 돈을 모아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기 사업체를 갖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늘고 있다. 주변에서 이런 모습을 보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도 늘어난다고 한다.

11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외국인 취업자(전문인력, 방문취업 외 비전문취업, 재외동포 등 포함)는 86만3200명으로 1년 전(88만4300명)에 비해 줄었다. 고용률도 65.3%로 전년대비 2.7%포인트(p) 하락했다.

취업자 수는 줄었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올라갔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이다.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세 명 중 두 명은 월급 200만원 이상을 받는다.

외국인 노동자 전체 취업자 중 임금 근로자(상용+임시·일용 근로자)는 82만5000명이다. 임금 근로자 중 51.3%(42만3800명)가 월평균 200만~300만원을 받았다. 이 비율이 50%를 넘긴 것은 처음이다.

300만원 이상을 받는 임금 근로자는 전체의 16.3%(13만4400명)로 전년보다 25.5% 늘었다. 이렇다 보니 입국 전과 비교하면 한국에 들어온 뒤 보수가 더 많다는 응답이 78.8%였다. 반대의 경우는 6.4%에 그쳤다.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가 숙련 수준이 높아지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급여 인상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업무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MT리포트]"저 불법체류자인데요"…그들이 당당해진 이유

높은 임금 수준과 함께 기술 습득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이 매력적인 이유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중소 제조업체 외국인력 고용동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외국인 근로자 10명 중 8명은 생산 및 가공 공정에 직접 투입된다. 숙련이 필요한 기능을 바탕으로 장치를 조작하거나 조립하는 등 단순 노무업무 보다 수준이 높은 업무를 하고 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영향평가센터소장은 "내국인 노동시장의 영향과 산업구조조정, 인구변동, 기술혁신 등 중장기 관점을 고려해 종합적인 외국인력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숙련수준에 따라 외국인력 도입방식, 체류자격, 도입허용 분야 등 관리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성훈 기자, 박경담 기자



범칙금 없이 재입국 혜택…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불법체류자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몇년 새 급증세로 골치를 앓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전후해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자진출국 신고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다. 이에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를 해결을 위한 호기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법무부는 '코로나19' 국면과 상관없이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불법체류자 40만 시대 막아라"…'파격 혜택'으로 자진출국 유도

[MT리포트]"저 불법체류자인데요"…그들이 당당해진 이유

11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불법체류 외국인 규모는 2016년부터 급증했다. 20만명 내외로 유지돼 왔던 불법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 39만281명을 기록했다. 관계기관은 '비상'에 걸렸다. 건설현장 등 취약계층 국민의 일자리가 잠식되고, 불법고용업체 증가로 합법적 인력제도의 근간이 훼손되는 문제가 심화됐다.

법무부는 단속이나 기존의 자진출국 제도만으로는 불법체류 외국인의 가파른 증가세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12월 새로운 자진출국제도 등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대책'을 내놨다. 오는 6월30일까지 자진출국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재입국 기회'를 부여해 관리가 가능한 양지로 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자진출국제도는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입국금지 기간을 완화해주는 수준이었다.

출국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단기방문(C-3, 90일)이나 단수 비자 발급 등 더 나은 체류자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자진출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한국어능력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한 뒤 통과한 경우 고용허가(E-9) 구직명부 등재를 허용하도록 했다. 유학(D-2), 일반연수(D-4), 기업투자(D-8), 관광취업(H-1) 비자 등 해당 요건을 갖춘 경우에도 비자 발급 기회를 부여한다.

새로운 대책엔 불법체류 외국인의 신규유입을 억제하고자 범칙금 부과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일정기간이 지난 후 자진출국을 하거나 내년 3월1일 이후 단속된 불법체류 외국인에게는 그 위반 만큼의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법무부 "정책 효과도 있어…코로나19 국면에서도 유지해 나갈 것"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1층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입국제한 조치 및 경과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뉴스1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1층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입국제한 조치 및 경과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뉴스1


법무부는 코로나19 국면과 관계없이 정책 시행을 그대로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법무부는 '자진출국 신고 증가'의 원인이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새로 도입한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대책 시행일인 지난해 12월11일부터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 전까지 '자진출국 신고자'가 이미 9602명(일평균 240명)으로, 이전부터 효과를 봤다는 의미다. 대책 시행 전인 지난해 7~11월 일평균 자진출국 신고자는 188명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자진출국자 증가와 관련해 "코로나19의 지역확산 효과와 함께 현재 시행 중인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 대책의 가시적 효과 등 복합적인 영향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리대책이 현재 불법체류 외국인의 자진 출국 유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불법체류 외국인의 보건 사각지대 발생 방지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측은 또 상황이 바뀌었다고 섣불리 정책을 수정해선 안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정부가 한 약속을 번복한다면 정책을 신뢰하고 자진출국한 외국인들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정부의 대외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란 판단이다.

오문영 기자



한국인에겐 '헬조선'…외국인 노동자는 돈모아 갭투자까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사진=김사무엘 기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사진=김사무엘 기자

#중국동포 A씨는 건물주다. 20여년전 한국에 들어온 그는 식당 서빙, 아이돌보미 등의 일을 하루 두세 건씩 하며 한달 1000만원 가까운 수입도 별도로 벌고 있다.

#외국인 B씨는 건설현장에 중국인·조선족 등 외국인 인력을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B씨는 최근 몇년간 대림동 아파트 갭투자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취업난에 경기불황으로 ‘헬조선’이란 불만이 높아가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천국’이다. 외국노동자들에게 한국은 자국의 10배 수준 고임금에 4대보험이 적용돼 세계최고 수준의 의료혜택을 받으며 안전하게 일하고 귀국시엔 국민연금에 쌓인 납임금도 일시에 챙겨 귀국할 수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불법체류자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저임금에 시달린다는 것도 이제 편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세업체에서 일하는 경우 한국인 임금의 80%가량을 받지만 숙식 제공인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의식주 비용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한국인이 의식주에 쓰는 비용을 고려하면 외국인노동자가 임금을 모아 목돈 마련하기가 더 쉽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부 네티즌들이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살기좋은 나라라며 ‘호구조선’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배경이다.

◇조선족 '십장'이 주도하는 건설현장…한국 근로자 설 자리 없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사진=김사무엘 기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사진=김사무엘 기자

소위 3D업종은 한국인이 꺼리는 일자리를 외국인이 차지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건설현장 등 일부 직종에선 오히려 한국인이 배제당하는 수준에 왔다는 평가다.

'십장'을 맡은 조선족 중간관리자가 중국인 한족 등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팀을 구성해 현장 작업을 주도하는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조선족 중간관리자들은 사업자등록도 하지않고 인력공급을 하고 있어 사실상 탈세를 하는 셈이다.

이들 영향으로 결국 건설현장 근로자의 과반이상은 외국인이다. 불법체류자가 많아 건설현장 외국인 비율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한국인 근로자는 설 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노동자가 건설현장 등 어렵고 힘든 일을 피해서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인식은 현장 상황을 모르는 안이한 판단이란 지적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아 한국 건설노동자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부작용 등은 아직 본격적으로 사회이슈가 되지도 않았다.

'국제 노동자 연대'를 강조하는 민주노총의 산하 건설노조 지역지부들조자 "지역 건설노동자들은 외국인 불법인력으로 인해 고용기회를 박탈당하고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집회를 여는 형편이다.

실제 건설현장마다 중국어 등 외국어 안내판이 게시되고 통역사가 상주하고 있다. 과반을 넘어 외국인이 90%에 육박하는 현장도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건설업계 외국인 근로자는 약 22만명으로 16만명, 73%가 불법취업자다.

최근 지어지는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조차 품질이 10년전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게 불법 외국인노동자들의 낮은 마감수준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외국인 '부동산 규제 사각지대' 논란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갈수록 강화되는 부동산 규제에도 외국인은 '열외'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내국인 역차별'이란 평가다. 고가 주택을 매입하려면 대출 규제와 자금 출처 소명을 해야하는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에겐 같은 규제들이 적용 안 된다.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중국인이라면 중국 자국 은행서 대출받으면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규제예외라는 불만이 높아가자 금융당국이 외국인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내국인과 동일하게 LTV 등 규제를 받는다고 해명했지만, 그 경우는 외국인이 '국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다. 외국인이 외국은행서 대출하거나 돈을 구해 아파트를 사더라도 자금 출처소명이 필요없다.

세금도 외국인이 유리하다. 양도세 규정의 예외조항으로 주택 소유자가 일시적 2주택이거나 근무지 이전, 질병 요양 등의 사유로 1년 이상 거주요건만 충족하면 양도세 중과세를 면제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외국인은 본국에 집이 없다는 허위 서류를 내거나 근무지를 이전한다는 등의 주장을 할 경우 당국이 확인이 불가능해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단위가 큰 양도세 부분에서 외국인이 차익을 수억원 남겨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세금을 부과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기본적으로 주요국들이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규제를 두고 있지만 한국은 이렇다할 규제 자체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부동산 규제를 강화할수록 내국인은 꼼짝 못하고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기 쉬운 구조다. 실제로 규제가 강화될수록 외국인의 아파트 취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불법체류자·난민 정책도 오락가락…'예멘 난민'사태처럼 '땜질 처방'만
법무부가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중 330명에게 인도적 체류허가를 내린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난민대책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예멘인 난민심사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은 "가짜 난민은 단 한 명도 우리 땅을 밟아서는 안된다"며 "소셜네트워크(SNS)에 총기사진 등을 올린 이들을 즉시 송환해야한다"고 밝혔다. 2018.10.18/뉴스1
법무부가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중 330명에게 인도적 체류허가를 내린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난민대책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예멘인 난민심사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은 "가짜 난민은 단 한 명도 우리 땅을 밟아서는 안된다"며 "소셜네트워크(SNS)에 총기사진 등을 올린 이들을 즉시 송환해야한다"고 밝혔다. 2018.10.18/뉴스1


예멘 난민 수백명이 브로커를 통해 말레이시아 등을 거쳐 제주도에 입국했던 2018년, 정부는 예멘 출신 난민에 대해 이렇다 할 방침도 갖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백명이 제주에 입국 한 뒤에야 뒤늦게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은 예멘인들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해놓은 상태였다. 예멘인들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증(비자)'을 받지 못해 국경을 넘는 비행기도 타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한국은 그때까지도 아무 조치가 없었다. '쿠알라룸푸르-제주' 직항로가 개설되자 발빠른 난민브로커들이 말레이시아에 머물던 예멘인들을 제주도로 보냈다.

한국 법무부와 외교부, 국토교통부는 국제 정세와 난민 상황을 파악하고 예멘인들에 대해 미리 입국금지를 했어야 했지만 누구하나 먼저 사안을 챙기지 않았다. 무능했단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평창동계올림픽 활성화를 위해 넓혀 준 무사증 혜택으로 관광객인양 입국한 뒤 사라져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이 1년간 5만여명이 넘는데도 법무·외교·국토교통부는 경계심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민·난민·불법체류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한다. 저임금 노동자가 모자란단 지적이 나오면 산업연수생을 받아들이고, 외국인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잡아들이는 수준의 땜질 정책이란 지적이다.

여기에 '외국인 인권'문제를 중요시하는 인권단체들로 인해 '눈가리고 아웅식'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외국인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란 평가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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