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하 5배 늘고, SNS엔 농가돕기 인증샷…'착한 운동' 퍼진다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 착한 임대료 운동에 감사함을 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명륜진사갈비 브랜드를 운영하는 명륜당은 지난달 전 가맹점의 월 임대료를 대신 지불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가맹점주들을 돕기 위해서다. 전국 가맹점 522곳의 월세는 총 23억원에 달했다. 분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김가네'도 매출이 감소한 가맹점주들을 위해 3~4개월간 전 가맹점의 가맹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전체 비용은 1억원 상당이다. 명륜진사갈비와 김가네 측은 "가맹점주들과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 남대문시장과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 임대인들은 코로나19 사태로 2월과 3월 임대료를 10~25% 인하하기로 했다. 남대문시장에서만 1851개 점포가 혜택을 봤다. 남대문시장 건물주인 성하륜 한양물산 대표는 "40여년 전 남대문 시장에서 직접 장사를 해봐 상인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며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착한 프랜차이즈와 임대인들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다. 정부의 세제혜택 등 지원도 이 같은 착한 프랜차이즈와 착한 임대인 운동을 확산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자발적으로 나선 '착한 영웅들'…소상공인 10만명 고통분담

임대료를 부담했거나 가맹료를 2개월 이상 면제해준 착한 프랜차이즈들

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가맹수수료 인하 등 비용부담에 나선 가맹본부는 이날 기준 91곳을 기록했다. 가맹점만 3만6546곳이다. 협회 회원사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업계는 비회원사들을 포함하면 착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100곳, 혜택을 보는 가맹점은 7만여곳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통상 10곳 이상을 가맹본부로 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1000여곳인 점을 감안하면 약 10%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위해 크고 작은 혜택을 제공하는 셈이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하는 임대인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방중소벤처기업청, 지역 상인회와 함께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2일 기준 임대료를 인하한 전통시장·상점가 임대인은 3338명, 대상 점포는 2만9869곳에 달한다. 가맹수수료 인하·임대료 인하 효과를 본 소상공인을 단순 합하면 10만명에 달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달 초만 해도 착한 프랜차이즈는 60여곳, 착한 임대인은 700여명이었는데 한 달만에 숫자가 크게 증가했다"며 "특히 세제혜택 등이 발표되면서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한 임대인은 5배 가량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간에서 수많은 분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착한 프랜차이즈와 착한 임대인 운동을 확산하기 위해 잇따라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7일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사업자에게 인하액의 50%를 세액공제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나섰다. 인천시·광주시·대구시 등 지자체는 임대료를 인하한 만큼 임대인의 재산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2일 착한 프랜차이즈 기업에 금리인하 등 금융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착한 소비자 운동까지 확산…소상공인 업계 "큰 힘 된다"

지난달 3일 광주 광산구 하남2지구 한 상점에 임대료 인하 사실을 알리는 종이를 붙이는 상인회 관계자들 모습./사진=뉴스1

최근에는 식당 선결제, 지역농산품 구매 등 '착한 소비자 운동'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31일 소상공인연합회와 기업 인근 식당·카페 등에서 선결제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소비자들도 사회관계망(SNS)에 매출 감소에 시달리는 농가, 학교급식업체 식자재를 구매한 뒤 인증하는 착한 소비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착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로 건물주와 임대인, 가맹본부와 가맹점 등이 대립관계를 벗어나 경제공동체로서 지속적으로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