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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위협당한 트럼프의 명백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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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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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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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뉴스1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뉴스1
2020년의 세계보건기구(WHO)와 1920년의 국제연맹(the League of Nations). 현재의 WHO는 숨을 헐떡거리다 못해 가쁜 숨을 몰아쉰다. 세계대전의 뒤 끝에 세계평화를 위해 잉태됐지만 세상에 나올수 있을지 몰라 태중에서 숨죽이는 100년전 국제연맹도 떠오른다.

이 두 기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정치권이나 대통령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정치권에서 국제기구 지원여부를 두고 극심한 충돌이 있다는 점도 그렇다.

먼저 WHO.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 이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등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COVID-19) 확산 상황에서 WHO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WHO는 초기 대응에서 중국의 입김에 휩싸인 듯한 모습을 보였다. WHO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에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초기 은폐로 사태를 키운 중국을 두고 “코로나19가 더 심각하게 해외로 확산하는 것을 막았다” “발병에 대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식과 대응에 매우 감명받았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확산 초기 단계에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렀을 정도로 원색적인 어휘까지 구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소강상태긴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을 겪고 있는데다 코로나19로 미국 경제 전체가 셧다운되고 치적으로 내세우던 미국 증시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WHO를 공적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가 먼저 WHO에 대해 “너무 중국 위주”라고 비판하며 기여금 납부 등 지원을 보류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바이러스를 정치 쟁점화 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까지 최종 입장은 ‘WHO의 잘못된 대응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어진만큼 WHO에 대한 미 당국자들의 자체 조사가 실시되는 동안 자금 지원을 보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정적인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WHO 지원 보류에 반대하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도 섣부른 행동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100년 전 국제연맹 창설을 제안한 것은 당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었다. 1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바탕으로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 및 경제, 사회적 국제협력 증진이 목표였다. 승전을 이끈 미국(정확히는 민주당 출신 윌슨 대통령)이 주도했지만 19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해서 상·하원의 다수석을 장악한 상태에서 미국 여론은 더 이상 유럽에 간여하는 것을 싫어하는 고립주의로 흘러갔다. 정확히는 윌슨의 치적 확대와 민주당의 재집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정략도 작용했다.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공화당이 국제연맹 가입 등 비준에 반대하자 미국은 결국 참여하지 못 했다. 토대가 불안했던 국제연맹은 1930년대 들어 무기력함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뒤 결론은, 불행하게도 2차 대전의 발발이었다.

미국은 다른 나라 문제나 내정에 개입할 때 미국의 팽창이 바로 자유의 확대라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란 말로 스스로를 미화한다. WHO를 압박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지난 5일 전시대통령을 자임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와의 전쟁을 1, 2차 세계대전과 비교하기도 했다.

미국은 군사행동을 하거나 언론자유를 제한할때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clear and present danger)’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즐겨쓴다. 미국이 앞장서 대항해야 할 위협은 WHO의 무신경이나 섣부른 판단이 아니다.

세계적 의학저널 란셋의 리차드 호튼 편집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WHO 지원중단 결정은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모든 과학자, 의료계종사자, 시민들이 함께 글로벌 연대를 해치는 배신행위에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까지 미국에서만 78만여명이 확진되고 4만2000여명의 목숨을 잃게 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 아니 전세계의 가장 명백한 위협이다. WHO가 코로나19에 팬데믹을 선언했을때 독감(flu) 수준이라고 치부했던 것은 바로 그 자신,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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