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장 옮겨라"…시진핑 손 슬그머니 놓는 아베

일본과 중국은 최근 수년간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면서도 서로 마스크 등을 주고받는 등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이와는 결이 다른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통신

2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마스크 제조업체 아이리스가 6월부터 자국에서 일관생산(전 과정을 맡는 것)한다고 보도했다. 당초 중국 두 곳에서 마스크를 만들던 이 업체는 부직포 등 재료도 중국업체로부터 사들여왔는데, 이제 일본에서 모든 것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는 앞서 7일 일본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긴급경제대책'에 포함된 지원금 대상 1호로 예상된다.

당시 정부는 "세계경제는 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긴급경제대책을 내놨는데, 여기엔 '공급망 재구축'이 포함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공급망 재구축 등 항목에 배정된 예산은 9172억엔(10조5000억원).

일본 내각부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 나라에 의존도가 높은 제품·소재의 생산지를 자국으로 옮길 경우, 비용의 절반(대기업)에서 3분의 2(중소기업)를 정부가 보조한다. 마스크, 방호복 등 의료 관련 제품이라면 비율이 3분의 2~4분의 3으로 커진다.


지원 대상에는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제품 생산지를 ASEAN(동남아국가연합) 등으로 옮기는 경우도 포함됐다.
돈 줄 테니 중국 의존도를 줄이자 긴급경제대책에 '중국'을 적지는 않았지만 생산지를 중국에서 일본으로, 또는 동남아 등으로 분산해달라는 얘기다. 코로나19가 자국에서도 급속 확산하는 중에 의료보호장비 부족 사태를 겪고, 앞서 중국 공장이 쉬는 동안 자동차 등 일본업체들도 영향을 받은 것이 배경에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일본기업의 부품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20%가 넘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일본의 이러한 조치는 지난달 5일,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로 여겨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이 연기된 후에 나와 눈길을 끈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 /사진=로이터통신

일본의 탈중국 움직임에 대해 닛케이는 15일자 기사에서 중국의 반응을 전했는데, 중국 경제 관계자는 "중국 지도부가 이제 외국기업의 중국 철수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특히 아베 정부의 공급망 재구성이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중국 내에서 일본의 공급망 재구축을 '중국 철수 프로젝트'로 보는 시각이 있다면서, 최근 급변한 상황을 "중일 관계가 갑자기 전환점에 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공식 반응은 일단 달래기로 보인다.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다음 날인 16일 상무부의 가오펑 대변인은 "글로벌 공급망은 오랫동안 함께 노력해 선택한 결과"라면서 "한 개인이나 국가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조치와 관련해선 "이미 많은 일본기업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에둘러 반박했다.

21일 중국 관영 인민망은 일본어판에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인용해 중국이 외국기업의 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국내기업과 동일한 지원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중국과 대립하는 대만은 21일 일본에 마스크 200만장을 지원했다. 중국이 즐겨쓰던 '어려울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응원과 함께였다. 최근 일본은 정부가 배포한 천 마스크에서 벌레 등 이물질이 나오고, 의료진의 보호장비가 모자라는 등 코로나 대응에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