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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 꿈' 날았던 제약株들…그 후 엎어진 계약 '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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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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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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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K바이오, 기술수출 한계 넘어라] 上

[편집자주] 정부가 내세운 포스트 코로나 전략의 한 축에는 'K바이오'가 있다. K바이오의 경쟁력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해외에 기술을 수출하는데서 나온다.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선순환구조가 그려진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0.02%의 바늘귀를 통과해야 하는 신약시장에서 수출계약은 어그러지기 일쑤다. 글로벌 신약시장에서 우리 제약·바이오기업의 현실과 경쟁력 제고 방안을 점검해봤다.


K신약 기술수출 6년간 '9조원' 사라졌다


'기술수출 꿈' 날았던 제약株들…그 후 엎어진 계약 '9조'

최근 6년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해외에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했다가 중도 해지된 계약규모가 9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업은 물론 K바이오의 국제적 신뢰마저 흔들릴 정도의 대규모 계약 파기 사례도 이어진다. 진단키트로 대표되는 K바이오의 명성을 이어가려면 기술수출 한계를 뛰어넘는 범정부 차원의 치밀한 혁신신약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후 기술수출 계약 9조 증발=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관련 기술수출이 본격화된 2015년 이후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 건수는 공개된 것만 50건을 넘는다. 해마다 10건 안팎의 계약이 체결된다.

이중 소위 ‘중박’의 기준이라 평가하는 3000억원을 넘는 계약은 25건이다. 여기서 수주한 계약금액만 24조8873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적지 않은 계약이 중도에 중단됐다. 계약 해지나 파기 수순에 들어간 사례는 알려진 것만 6건, 계약규모는 9조413억이다. 전체 계약금액의 36.3%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술수출 중단 사례는 한미약품이 4건으로 가장 많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가 당뇨병 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 등에 대한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3조원 이상이 날라 갔다. 2015년 계약 체결 당시 계약금액은 39억유로(5조1845억원)였다. 이외에 미국 얀센과 일라이릴리,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도 해지됐다.

골관절염 유전자세포치료제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도 2016년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와 맺은 5000억원 규모의 계약과 2018년 미국 먼디파마와 체결한 6680억원 규모의 계약이 사실상 파기됐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그동안 기술수출을 통해 성장해왔다. 신약 개발은 하나의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까지 1000억~2000억원의 개발비가 들고 추가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지속성장 비용이 든다. 글로벌에서 이 같은 능력을 보유한 회사는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존슨앤존슨, 사노피, 암젠 등 손에 꼽는다. 일례로 화이자의 연구개발(R&D) 비용은 5조~10조원이지만 국내 정부 정책자금과 전체 제약사의 R&D 비용은 다 합쳐 2조원에 못 미친다.

기술수출 중도 해지는 이 같은 성장 과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형 제약사 한 관계자는 “여러 후보물질 중 신약으로 성공하는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며 “숱한 실패 사례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상 초유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한미약품과 파트너사인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의 핵심 인물들이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국 제약산업 공동컨퍼런스' 행사장에 함께 참석했다. 빈휘 니 사노피 아시아·태평양 연구전략·파트너링 사업부 총괄대표와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마이클 마크 베링거인겔하임 연구개발사업부 부사장(좌측부터)이 '오픈이노베이션'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제약협회
올해 사상 초유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한미약품과 파트너사인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의 핵심 인물들이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국 제약산업 공동컨퍼런스' 행사장에 함께 참석했다. 빈휘 니 사노피 아시아·태평양 연구전략·파트너링 사업부 총괄대표와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마이클 마크 베링거인겔하임 연구개발사업부 부사장(좌측부터)이 '오픈이노베이션'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제약협회


◆한계 뛰어넘을 스케일업 전략 필요=전문가들은 K-바이오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선 애써 개발 또는 수출한 신약후보물질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할 범정부 차원의 맞춤형 스케일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일례로 글로벌 제약기업과의 공동연구 사례에 대한 지원이다. 정부가 신약개발을 육성하기 위해 메가펀드를 조성한다면 이 돈을 빅 파마와 손잡은 기업에 지원하는 식이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자동차와 반도체의 성장 방식처럼 우리 기업이 빅 파마로 성장하려면 그들의 노하우를 가까이서 배워야 한다”며 “연구, 임상 등에 빅 파마와 공동투자하고 지분을 일부 보유하는 기업에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재 정부의 R&D 지원 기준을 보면 지분의 절반 이상을 우리 기업이 보유해야 한다. 이 지분 기준을 30% 이하로 낮춰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외 기업과의 기술수출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국내 기업간 기술거래에 적용하고 있는 세제 혜택을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계약에도 확대해주면 자체 혁신신약 개발의 원동력이 생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R&D에 지속 투자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장기적 지원과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영호 기자



기술수출에 매달리는 K바이오, 왜?


'기술수출 꿈' 날았던 제약株들…그 후 엎어진 계약 '9조'


1999년 제1호 국산신약이 탄생한 이후 21년이 지났지만 현재 국산신약은 30개에 불과하다.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다 높은 약가를 받기 어려워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기술수출에 매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K-바이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이제는 자체 신약개발 역량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 내수시장 한계 등으로 기술수출 각광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기술수출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15년 한미약품 (237,500원 상승500 0.2%)이 조 단위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다. 앞서 1999년 동아제약과 미국 스티펠 간의 기술수출이 처음 체결된 후 종종 기술수출 사례가 나왔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당시 제약업계는 제네릭(복제약) 판매만으로 성장이 가능해 적극적으로 신약을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 약가 인하가 시행되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부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약을 개발해도 업체들이 들인 비용만큼 수익을 얻기 힘들었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은데다 신약 약가도 낮게 책정된 탓이었다. 실제로 국산신약 30개 중 지난해 기준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제품은 7개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한미약품의 조 단위 기술수출은 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신약을 끝까지 개발하지 않아도 계약금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로열티(경상기술료)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업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후 제약사들은 기술수출을 목표로 신약 개발을 본격화했다.

◆ K바이오, 자본력·인지도 약점


'기술수출 꿈' 날았던 제약株들…그 후 엎어진 계약 '9조'


자본력이 약한 것 역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기술수출에 매달리는 이유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 3상 비용은 임상 2상의 10배에 달하고 평균 1000억원 이상이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신약 연구개발(R&D)에 연 100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 중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진행할만한 자금력을 가진 곳은 없다"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하고, 그로 인한 수익으로 R&D 재투자를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중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곳은 7곳뿐이다.

글로벌 인지도가 낮고, 해외 영업망이 없는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술수출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신약을 미국, 유럽 등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허가, 생산시설, 영업망 등을 갖춰야 한다. 반면 기술수출 후에는 이러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 기술수출 후 제품이 해외에 판매되면 그만큼 기술을 판 업체의 글로벌 인지도도 높아진다.

◆ "도약 위해서 블록버스터 의약품 만들어야"

다만 업계에선 기술수출은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자체 신약개발 역량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술수출은 기술을 사간 회사의 상황에 따라 계약이 취소되거나 임상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궁극적으로 K바이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체 신약개발이 필수적이다. 블록버스터 의약품 하나가 단숨에 기업을 글로벌 제약사로 만들 수 있어서다. 미국 길리어드의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는 2014년 매출 103억달러(약 12조원)를 기록했고, 덕분에 길리어드는 글로벌 제약사 9위에 올랐다.

국내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R&D 인력을 보유한 만큼 역량을 집중할 경우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K-바이오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 높은 의약품을 자체 개발하고 이로 인한 수익을 온전히 얻어야 한다”며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국내 업체들이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김근희 기자



기술수출 30년…한미가 뚫은 길, SK가 닦는다


'기술수출 꿈' 날았던 제약株들…그 후 엎어진 계약 '9조'


제품화까지 1%에도 못 미치는 성공률을 보이는 신약 개발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의 생존전략은 기술수출(라이센싱 아웃)이었다.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에 '가능성'을 세일즈하고 여기서 얻은 비용을 새로운 연구개발(R&D)의 종자돈으로 활용했다.

◆ 한미약품 1989년 첫 발...메가딜 해지 한계도

국내 제약사가 해외시장에 처음 문을 두드린 것은 1989년이다. 한미약품이 스위스 로슈에 항생제 세프트리악손 개량제법 특허기술을 수출한 것이 기술수출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이후 지금까지 140여건의 기술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기술수출의 본격적인 포문을 연 것은 2015년이다. 그 해에만 11건의 기술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선두주자는 역시 한미약품이다. 그 해에만 4건의 메가딜을 성사시켰다. 계약금액만 7조5000억원이 넘었다. 한미약품이 한국 신약 기술수출 역사의 중심으로 인정받는 배경이다.

이전까지 한미약품의 전공은 '영업'이었다. 1990년대만 해도 업계 매출 10위권이던 한미약품은 의약분업 이후 영업망을 5배로 늘리는 전략으로 2006년 매출 2위에 올라선다. 그러나 정부가 제약사 영업활동 단속에 나서자 2010년부터 적자에 빠지며 위기를 맞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신약 기술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본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기술개발(R&D)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다. 2010년부터 연간 1000억원을 R&D에 쏟아부은 효과가 5년 후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맺은 계약은 현재 물거품이 됐다. 4건 모두 계약해지나 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 프랑스 사노피와 계약한 퀀텀프로젝트를 비롯해 미국 얀센·일라이릴리,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과 결별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기술수출 해지 현상은 현재의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고려할 때 필수불가결한 통과의례로 보고있다. 초기 개발능력을 적극 활용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현재의 계약금과 임상 진행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기술료를 받는 마일스톤 방식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완제품을 파는 게 아닌 신약 개발 가능성을 판매하는 것이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총액확정계약(럼섬계약 Lump Sum)을 기피하는 것도 리스크 분담의 사유로 꼽힌다.

SK 최태원 회장이 8일 오전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SK바이오팜을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개발 중인 신약 물질을 보고 있다. / 사진제공=SK
SK 최태원 회장이 8일 오전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SK바이오팜을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개발 중인 신약 물질을 보고 있다. / 사진제공=SK

◆ 직접 판매 나서거나 수입회사 지분 매입…새 길 찾는 K바이오

하지만 낮은 성공률에 베팅하는 기술수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은 199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신성장 동력 차원에서 신약개발에 착수한 것을 바탕으로 2011년에 설립됐다. 연구비와 개발비를 설립 첫해 229억원에서 2018년 1213억원까지 늘리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신약개발의 시발점이 된 SK에너지 대덕연구소시절부터 따지면 27년간의 투자였다. 대기업의 자본력과 오너의 뚝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기간 재무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신약 개발에 매달린 결과는 최근에서야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지난달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를 미국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미국시장에 출시한 것.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을 미국 시장에 직접 판매한 첫 번째 사례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이달 코스피 상장에 나선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공모 최대어로 꼽힐만큼 주목도가 높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4조원을 넘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으로 투자심리가 가라앉은 영향으로 시장 가치보다 1조원을 낮춘 금액이다.

기술수출 기업에 지분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높인 사례도 있다. 2017년 스위스 기업 로이반트에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한 한올바이오파마는 로이반트가 개발을 전담할 미국 바이오기업 이뮤노반트를 설립하자 지난해 1월 이 회사에 56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말 이뮤노반트가 나스닥에 상장하고 추가 지분을 획득하면서 185억원 가치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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