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아니어도 본전" 40대·재선 박주민의 도전…내년까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작년 11월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권에 도전한다. '1위 대권주자' 이낙연 의원, 'TK판 노무현' 김부겸 전 의원에게 "발로 뛰겠다"며 출사표를 냈다. '깜짝' 도전이 화제가 됐지만, 관록의 두 대권주자를 '40대 재선' 의원이 꺾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친문의 강력한 지지를 경험했던 만큼, 박 의원도 단순 '들러리'에 그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의미 있는 지지율을 확보하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에서의 존재감도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초·재선 의원들이 출마 권유…당, 더 빠르게 움직일 것"박 의원은 22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초·재선들 중 일부가 (당 대표) 출마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또 두 후보 대비 "거대한 당을 더 빠르고 넓게 움직이는 데 있어 제가 좀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강점을 분명하게 피력한 대목이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사회 원로나 원외 대권주자 영입 사례(예컨대 문재인 대통령)를 제외하면, '40대·재선'은 당 대표와 어울리지 않는다. 2000년 이후 정당으로 좁혀도 새천년민주당 초대 총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고, 이후로도 적어도 4선 이상 정치경력이 당권의 필요조건이었다.

이번 전당대회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6번 선거에 나서 국회의원 5선, 전남지사 초선 등 승률 100%를 자랑한다. 4선의 김 전 의원은 9번의 선거에 나섰고, 낙선 중 3번은 '험지' 대구였다. 박 의원도 스스로를 "중량감이 부족하다"고 인정한다.
'세월호 변호사', 1위 최고위원으로 '친문' 지지세 확인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는 박주민 변호사가 2016년 1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입당원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젊음과 함께 박 의원의 또 다른 강점은 친문의 지지를 경험한 점이다. 세월호피해자가족의 법률대리인이었던 그를 문재인 당시 대표가 영입했고, 2016년 연고도 없던 서울 은평갑에 공천해 당선됐다. 세월호 유족이 인형 탈을 쓰고 박 의원의 유세를 도운 사실이 알려지며, 유권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국회에서 쪽잠을 자는 모습과 여러 현장에서 고생하는 사진 때문에 '거지갑(甲)'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런 진보적이고 청렴한 이미지가 친문 유권자의 지지층을 확보한 요소다.

특히 2018년 8월 당 최고위원 경선에 '깜짝' 출마해, 의원 배지를 단지 2년 3개월 만에 21.28%의 득표율로 1위 최고위원이 됐다. 재선 박광온, 4선 설훈 의원조차 그보다 적은 표를 받았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득표력이 좀 있고 인기도 많다"며 "온라인 (전당대회서) 민심 얻기에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낙연·김부겸, 양강구도에 변수…'다크호스' 이상일까
내달 민주당 전당대회의 관건은 '친문 표심'이다. 친문 좌장인 이해찬 현 대표도 2년 전 42.88%의 득표율로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이 의원은 친문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대세론'을 구축한 상태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봉하마을을 찾고 김경수 경남지사를 만나는 등 친문 표심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박 의원의 등장으로 표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평가다. MBC 인터뷰에서 진행자인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2년 전 최고위원 경선 때 박 의원이 1등을 했는데, 친문 성향 권리당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이런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낙연·김부겸 의원님이 비문이냐, 그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표심이 박 의원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눈여겨 본다. 이 의원은 장점으로 '신중함'이 꼽히지만 반대로 '소극적'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부른다. 강력한 '팬덤' 형성에는 장애 요소다. '사이다' 발언으로 호평받는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대권주자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이유로도 꼽힌다. 이런 측면에서 박 의원의 당권 도전이 '다크호스' 정도에서 머무르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다.

(왼쪽부터) 김부겸 전 의원, 이낙연 의원, 박주민 의원./사진=머니투데이DB

'무공천' 주장, 이재명과 닮은 꼴…박주민 "서울시장, 상황따라 나갈수도"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무공천 논쟁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의원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낙마 직후 "무공천"을 주장했다. 이 지사가 20일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며 수개월 전 박 의원의 발언도 소환됐다. 당 지도부의 '원팀" 지침에 두 사람 모두 의견을 거둬들였지만, 사안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이 비슷한 곳에 머무른다는 점이 드러났다.

박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더 큰 도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전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성과가 (박 의원에게) 나쁠 일은 없다. 당선되면 젊은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고, 일정 지지율 이상을 얻게 되면 그 조직이 그대로 서울시장 선거에 투표할 것"이라며 "(당권 도전은)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도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제가 (서울시장에) 안 나가겠다고 했지만, 여러 상황에 의해 나가야 할 수도 있는 게 이쪽 판"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야당도 '40대 기수론'을 주장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