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거리두기 좌석제’에 손들거나 종영하거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제공=에스앤코

최근 대학로 중심의 연극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공연계 전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공연계는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공연을 열수록 손해 보는’ 막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거리두기 좌석제만큼은 피해왔다.

정부가 국공립 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칸 띄어 앉기 등을 강력히 주문하는 상황에서도 민간 공연장은 “그럴 수 없다”며 선을 그은 뒤 좌석은 모두 팔되 방역은 철저히 하는 자구책을 마련해 온 것이다.


하지만 연극계부터 마지노선인 확진자 발생을 막지 못하면서 궁지에 몰린 공연계가 ‘거리두기 좌석제’를 속속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그간 방역에서만큼은 모범 사례로 여겨온 뮤지컬계가 우선 한 칸씩 띄어 앉는 거리두기 좌석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CJ ENM은 28일부터 9월 6일까지 뮤지컬 '킹키부츠'와 '어쩌면 해피엔딩'에 거리두기 좌석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예매 건은 일괄 취소했다.

CJ ENM 관계자는 “코로나 집단 감염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 강화 및 방역 수칙 의무에 따라 손해를 보더라도 이같이 결정했다”며 “28일 개막할 예정이던 '베르테르'의 공연은 9월 1일로 일단 연기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썸씽로튼'. /사진제공=엠씨어터

대학로에서 재연 중인 ‘마리 퀴리’도 9월 1일부터 13일까지 거리두기 좌석제를 운용하기로 했다. 오는 30일까지 취소된 티켓은 재판매하지 않는다.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썸씽로튼’은 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 공연을 모두 취소하는 한편, 거리두기 좌석제에 준용할 만한 방안을 따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작 뮤지컬의 고민은 더 깊다. 지난 18일부터 대구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 주관사 클립서비스는 거리두기 좌석제를 도입해 마이너스 수익을 창출하기보다 대구 공연을 조기 종연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무게를 뒀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나타나면서 예정보다 3주 앞당겨 종연하는 꼴이 된 셈이다.

클립서비스 측은 “코로나 19 확산과 대구시의 객석 거리두기 강화 지침을 이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오페라의 유령' 조기 종연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공연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관객들을 위해 28일부터 9월 6일까지 마지막 9일간의 공연은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클립서비스는 거리두기 좌석제에 따라 지난 25일부터 9월 27까지 예매 건은 모두 취소했으며 28일부터 9월6일까지 공연은 한 자리씩 띄어 앉는 거리두기 좌석제로 티켓을 다시 판매한다.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제이미' 공연도 30일까지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거리두기 좌석제를 도입할지는 불투명하다.

한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민간 공연의 거리두기 좌석제는 진행하면 할수록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높아 제작사들이 아예 공연을 접는 경우가 이어질 것 같다”며 “뮤지컬 공연들이 대부분 장기간 열린다는 점에서 수익성 악화도 산더미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