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코로나·전기차 모두 롯데케미칼에 기회…윈윈할 것"

/사진제공=롯데케미칼

"만져보실 수도 있습니다. 색감과 느낌 다 다릅니다. 어떤 소재가 더 마음에 드시나요?"

제품을 설명하던 강수경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디자인테크부문장(상무·사진)의 눈이 반짝 빛났다. 기자에게 던진 질문에선 자신감이 엿보였다. 고객이 원하면 단숨에 샘플 제작부터 디자인 수정까지 해내는 곳으로 소문난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의왕사업장에서다.


굴뚝 산업 이미지 탈피…고객 맞춤형으로 거듭난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지난 17일 방문한 이곳에는 8만7000㎡ 부지에 연구개발(R&D)동과 비지니스동 외에 17개동이 포진해 있었다. 전시관도 마련돼 기능성뿐 아니라 심미성을 두루 갖춘 고부가 가치 플라스틱을 찾는 국내외 고객들이 줄을 잇는다.

강 상무는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대면 미팅이나 출장이 어렵지만 고객이 찾는 소재에서부터 디자인 개발 등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화상회의, 컨퍼런스콜 등을 진행하면서 최상의 제품 개발을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의왕사업장은 화학회사가 전통적인 굴뚝산업에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과감히 깬 곳이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제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을 갤러리처럼 꾸몄고 트렌드를 반영해 주기적으로 재단장한다. 철저히 고객 맞춤 지향형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부터 화장품 용기, 프리미엄 가전, 자동차, 의료기기까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는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다. 고객군이 다양한 만큼 요구하는 제품 특성도 다양하다.

강 상무는 "최근 플라스틱 산업은 소재의 기능성뿐 아니라 질감, 패턴, 색상 등 다양한 디자인에 주목한다"며 "고객이 원하는 물성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고 트렌드를 예측, 선제적으로 소재에 적용하는 역량은 화학회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부각된다"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의 경쟁력…감성·기술로 무장한 '디자이니어'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포착해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이 롯데케미칼 '디자이니어'의 주된 역할이다. 디자이니어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합성어로 감성과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는 내부 용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감성소재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다. 기존 에어컨 외장재에는 매끈한 일반 ABS가 쓰였다. 롯데케미칼은 에어컨이 여름 한 철 쓰는 계절가전에서 벗어나 상시 가전으로 거듭나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질리지 않고 집안에서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소재를 적용시킬지 고민했다.

감성소재 ABS는 패브릭 질감을 표현해 벽지나 어떤 인테리어에서도 튀지 않고 잘 어울린다. 2017년 과제 협업에 착수해 2018년부터 양산됐는데 호평에 힘입어 현재 다양한 용도로 확대 적용중이다.

2015년 국내 자동차 회사와 협업해 성공시킨 '이중사출 3D(3차원) 입체패턴 가니쉬 프로젝트' 같은 사례도 지속 발굴 중이다. 당시 자동차 내부 대시보드에 장착되는 소재를 메탈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했는데 고급감과 안전성은 살리고 무게와 원가를 낮추는 게 관건이었다.

3년 동안의 개발 끝에 성공한 이 사례는 롯데케미칼에 새로운 가능성을, 고객사에는 비용 절감을 선사한 '윈윈' 사례로 통한다. 자동차 소재기술 혁신상에 해당하는 '글로벌 SPE어워드' 수상의 쾌거로도 이어졌다.

롯데가 품은 첨단소재, 친환경·재택·전기차 시대 맞춰 대도약한다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은 2016년 롯데에 인수되고 올 초 롯데케미칼에 흡수합병되면서 도약의 전기를 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화학회사와 달리 고객보다 한 발 앞서 색감, 질감, 감성 트렌드를 제안하고 소비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데는 유통업이 강한 그룹 특유의 문화가 작용했다. 각 계열사 경영진은 소비 변화를 수시 공유하고 디자이니어들은 드라마에서부터 뉴스에 이르기까지 변화상을 꼼꼼히 파악한다.

롯데케미칼 흡수합병 뒤로는 고객사가 편해졌다. 범용 기초소재에서부터 특수 첨단소재까지 한자리에서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의왕사업장에 가면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났다.

강 상무는 친환경 트렌드, 위드 코로나 시대, 전기차 개화기가 모두 첨단소재사업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플라스틱은 금속보다 전파 방해를 덜 받는 데다 무게는 가볍고 가격경쟁력도 높다. 롯데케미칼은 여기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심미성을 얹는다.

강 상무는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고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좀 더 특별한, 고부가가치의 플라스틱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롯데케미칼이 소재의 기능과 아름다움, 편리함까지 고려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 삶에 이로움은 물론 사회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