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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주연 없이 '3번의 감동' 주는 고양이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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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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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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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 달 연장하는 뮤지컬 ‘캣츠’…1인 독주 아닌 다자간 협동, ‘스토리’보다 빛난 ‘군무’

뮤지컬 '캣츠'. /사진제공=에스앤코
뮤지컬 '캣츠'. /사진제공=에스앤코
고양이는 한 번도 인간에게 먼저 고개를 조아리는 법이 없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문화적으로도 그렇다. 그게 고양이의 타고난 ‘운명’이다. 개가 자신의 운명론을 “(나를 먹여 주고 지켜주니) 인간은 신이 분명하다”고 정의한다면, 고양이는 “인간에게 나는 신이 분명하다”고 외칠 것이다.

이런 태도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인간이 이식한 USB를 단 남자 고양이 피타고라스는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꿴 ‘지식’의 상징으로, 자존과 권위로 무장한 여자 고양이 바스테트는 ‘지혜’의 산물이다.

이들의 정체성이 무엇이든, 한 가지 확실한 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벼운 존재가 아니니, 무대로 옮겨질 때 그들의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스타일, 정체성은 그 자체만으로 관객의 호기심 대상이다.

뮤지컬 ‘캣츠’를 대하는 첫 번째 감동과의 조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스타일, 하나의 표현과 정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진 고양이 그 자체에서 나왔다.

뮤지컬 '캣츠' 공연 중 바람둥이 고양이 럼 텀 터거와 고양이들. /사진제공=에스앤코
뮤지컬 '캣츠' 공연 중 바람둥이 고양이 럼 텀 터거와 고양이들. /사진제공=에스앤코

1시간 20분이나 이어지는 1부에서 ‘캣츠’가 보여주려고 한 것은 오로지 ‘소개’뿐이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미스 사이공’처럼 기승전결의 스토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수십 마리 고양이가 각자 제 소개를 하는 데 이런 과정이 이렇게 긴장감 넘치고 호기심을 자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1년에 한 번 있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가 열리는 도시의 쓰레기장. 젤리클은 설명하기 어렵다. 주관이 또렷한, 자기 삶의 주체성 정도로 표현할 법도 하지만 뭐라고 딱히 꼬집어 정의하기 어려운 독특한 스타일의 존재다.

그들은 이곳에서 (노래에서도 소개하듯) 99명 정도 아내를 거느린 최장수 고양이이자 선지자 고양이인 올드 듀터러노미가 선택하는 ‘젤리클’ 고양이가 누구일지 지켜보는 중이다.

그렇게 소개되는 고양이들 중 바람둥이에다 청개구리 심보인 럼 텀 터거, 저녁을 위해 오븐에 넣어둔 고기가 없어질 땐 의심의 여지 없이 지목되는 도둑고양이 몽고제리와 럼플티저 등 3분 가창에 담긴 특별한 고양이 소개 시간은 어떤 추리극보다 스릴 넘치고 재미있다.

뮤지컬 '캣츠'. /사진제공=에스앤코
뮤지컬 '캣츠'. /사진제공=에스앤코

개들이 날뛸 땐 은둔의 고수 싸움꾼 고양이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고양이계 마피아’ 맥캐버티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때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어둠에 대항해 빛이 존재하고 악에는 선이 늘 맞선다. 우리 인간사와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다.

두 번째 감동은 독보적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고 모두가 주연이고 조연인 공동체로 움직이는 캐릭터에 있다. 커튼콜에서 인사하는 배우에게 선사하는 관객의 박수 소리가 ‘균등’한 것만 봐도 공연에 1인 주인공이 없다는 것을 보기 좋게 증명한다.

이 뮤지컬은 물론 3, 4명의 주인공급 배역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책임과 역할은 거의 비슷하다. ‘메모리’를 부르고 ‘젤리클’로 꼽히는 그리자벨라 조차도 이 공연에서 ‘N분의 1’ 역할 딱 거기까지다.

이렇게 ‘모두의 에너지’가 뿜어내는 군무와 합창은 관객과 함께 일체감을 띄우는 데 최적이다. 기승전결 같은 감정의 고조를 느낄 스토리가 없는 한계를 이 무대는 노래 가사로 극복한다. 재미와 위트, 희망과 용기, 절망을 딛고 감동으로 이어지는 깨알 같은 가사들은 산문 같지만 운문으로 곧잘 읽혀 뇌리에도 깊이 각인된다.

T.S.엘리어트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의 시 14편으로 꾸민 가사 효과 때문이었을까. 마치 고양이가 인간에게 건네는 경구처럼 다가온다.

뮤지컬 '캣츠' 중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 /사진제공=에스앤코
뮤지컬 '캣츠' 중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 /사진제공=에스앤코

세 번째 감동이 바로 이 지점이다. 각각의 고양이들이 춤으로 묘사한 캐릭터는 모두 우리의 초상이다. 때론 절망의 공포에서 다시 희망을 발견하거나 자만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각성의 자신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결론 내는 듯하다. “무엇을 하든 너 자신을 잃지 말라”고. 그 벅찬 용기와 자신감으로 무장한 멘트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화려한 군무로 우리의 눈을 빼앗고, 눈물 쏙 빼는 감동의 가창으로 귓전을 때렸어도 고양이들이 건네는 ‘지혜’와 ‘용기’로 심장이 흔들려보긴 처음이었다. 젤리클 고양이들은 3개 이름을 쓴다고 한다. 집에서 쓰는 이름, 자신을 드러낼 때 쓰는 이름, 그리고 (거창하게 얘기하면) 자신의 품위를 상징하는 이름이 그렇다. 우리는 이제 어떤 이름을 써야 할지 고양이들로부터 배울 차례다.

뮤지컬 '캣츠'. /사진제공=에스앤코
뮤지컬 '캣츠'. /사진제공=에스앤코

◇뮤지컬 ‘캣츠’

1981년 런던 웨스트엔드 뉴런던씨어터에서 초연을 올린 뒤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그간 30개국 300여 도시에서 관객 8000만명과 만났다. T.S.엘리어트의 시를 바탕으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하고, 안무가 질리언 린이 실감나는 고양이 표정과 안무를 생생하게 그렸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공연 대부분이 취소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올해 4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리고 있다. 당초 서울 공연은 11월 8일로 마칠 예정이었으나 내한공연 제작사 에스앤코가 최근 12월 6일까지 한 달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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