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H, 요기요 팔고 배민 인수…공정위 '조건부 승인' 수용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앱 사업자 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2.28/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운영사)을 인수하려면 딜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요기요 운영사)를 매각하라고 제시했다. DH는 이런 조건을 받아들여 DHK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공정위는 DH와 우아한형제들 간 기업결합을 심사해 ‘DHK 지분 전체의 제3자 매각’을 조건으로 승인했다고 28일 밝혔다. DH는 지난해 12월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주식 약 88%를 4조75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심사 끝에 기업결합이 배달앱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배달앱 시장 전체 매출액이 100이라면 지난해 기준으로 배민이 68.6, 요기요가 27.2에 달한다. 여기에 DH가 운영하는 배달통(2.5)을 합하면 시장 점유율이 99%에 가깝다. 공정위는 이들의 결합으로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 혜택(쿠폰 할인 프로모션 등) 감소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 경쟁 감소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경쟁 배달앱이 과거 5년 동안 5%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사례가 없어 유효한 경쟁상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쟁 서비스 ‘쿠팡이츠’도 DH·우아한형제들에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배달앱과 밀접하게 연관된 음식배달, 공유주방 시장에서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DH는 공정위 의결서를 받은 후 6개월 내 DHK를 매각해야 한다. 6개월 동안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로 6개월 연장이 가능하고, 이후에도 매각이 안된다면 일별로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이행강제금은 인수금액의 0.03% 이하로 결정된다. 아울러 공정위는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음식점 실질 수료율 변경을 금지하는 ‘현상유지’도 명령했다.

DH는 당초 이런 공정위의 조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23일 공정위 전원회의(심의)를 거치면서 수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DH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정위 조건을 수용하고, 종전 계획대로 배민을 인수할 것임을 밝혔다.


니클라스 외스트베르크 DH 최고경영자(CEO)는 DH 홈페이지를 통해 “우아한형제들과의 파트너십(기업결합) 승인은 양사, 그리고 배달 산업에 좋은 소식”이라고 밝혔다.

외스베르크 CEO는 “이런 협업이 성사되는데 한 걸음 가까이 간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특히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우리 기업 가족이 되는 것이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DHK 매각 조건을 (공정위로부터) 요구받은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봉진 의장도 DH 홈페이지를 통해 “DH와 협력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아시아의 배달 산업을 혁신하는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