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줄이고 저메탄 사료…농업현장도 온실가스 'OUT'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부(기후변화평가과)는 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해 전주 농과원 벼재배 시험포장에서 온실가스 포집 및 분석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측정하기 위한 가스포집용 챔버 모습./제공=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연구원 기후변화평가과 온실가스연구실 최은정 농업연구사(앉은 이)가 24일 권효숙 농업연구사, 이선일 농업연구사와 함께 실험실에서 기체 크로마트그래피-질량분석 기법을 활용해 포집된 온실가스의 농도분석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 사진=정혁수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0.85도 상승하면서 지구촌 곳곳은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겨울철 평균기온이 영상 10도쯤 되는 미국 텍사스에 며칠째 폭설이 내리고, 영화 18도까지 떨어진 건 최근 사례다. 가뭄·폭우 등 빈발하고 있는 자연재해는 지구온난화의 혹독한 댓가다.

기후위기는 이제 인류 생존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핵심 현안 과제가 됐다. 2021년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의 이행 원년으로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사회로 가기 위한 행동을 본격화 하고 있다.


파리협정은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협약총회에서 채택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한국을 포함한 195개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2020년까지 제출하고 이를 실천할 것을 약속했다. 탄소중립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지는 상태다.

미국·일본·EU 등 세계 각국은 이미 탄소중립사회로 전환하는 것을 국정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20년 '기후목표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사회로 가기 위한 목표와 계획을 국제적으로 약속했다.

국가 전체적으로 볼때 그 비중은 크지 않지만, 농업분야(국가 총 배출량 727.6 백만톤의 2.9%)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농업분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고유 온실가스(농업분야) 배출계수 개발'이 중요한 과제다. 국가별로 농업환경, 토양조건 등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자국 특성이 반영된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있어야 이를 근거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벼 재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논물대기' 등 여러 저감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그 방식이 국가 배출량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존재해야 한다. 저개발국가의 경우,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배출계수를 사용하지만 자국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배출량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최은정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부 기후변화평가과 농업연구사)

2020년을 기준으로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가고유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모두 30종이다. 벼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CH4), 밭에서 검출되는 아산화질소(N2O) 등 농업분야 24종과 한우·젖소 등의 장내발효시 발생되는 메탄 등 축산분야 6종이 여기에 해당된다.

온실가스 정부 컨트롤타워인 환경부도 농업분야 국가계수 개발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할 정도로 그 과정은 쉽지 않다. 벼재배 관련 배출계수를 산정할 때 걸린 기간만 3년에 달했다. 토양 등 주변 요인을 반영한 배출계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험지역도 중부(화성), 호남(김제·완주), 영남(밀양) 등 3곳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농촌진흥청은 오는 2030년까지 21종에 달하는 배출계수를 더 개발할 계획이다.

국립농업과학연구원 기후변화평가과 온실가스연구실 최은정 농업연구사(가운데)가 24일 권효숙 농업연구사, 이선일 농업연구사와 함께 실험실에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토양화학성분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정혁수

탄소저감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농업분야의 경우, 벼 재배시 논에 물이 차면 산소가 없는 상태(호기성→혐기성)로 바뀌면서 메탄이 발생한다. 중간낙수(물떼기)를 통해 물의 양을 조절하는 건 메탄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다. 농식품부와 농진청은 올해 '저탄소 벼 재배 시범단지 논물관리 사업'을 9개 시군(고양·원주·괴산·서산·익산·영광·양평·상주·거창)에서 진행한다.

"지역별로 100~200ha 규모로 조성되며 단지에는 비료감축, 간단관개( 물떼기), 논물 얕게 걸러대기 등 저탄소 기술이 적용된다. 상시담수 상태와 비교할 때 간단관개는 34%, 논물 걸러대기는 63%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석주 농진청 농촌지원국 식량산업기술팀 농촌지도관)

사육두수(한우·양돈 등)가 크게 증가하며 탄소배출이 늘어난 축산분야 역시 저메탄사료 개발 등 관련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메탄이 적게 발생하는 사료를 만드는 것으로 나팔꽃씨 등 후보물질 4종을 선발, 올해 사료화(제형화)하는 작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2023년까지 현장실증 작업을 거쳐 오는 2025년 현장보급이 이루어 진다.

기후변화 대응물질로 알려진 '바이오차(Biochar)' 연구도 국립농업과학원(농업환경부)을 중심으로 본격화 되고 있다.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으로 알려진 바이오차는, 흙에 넣으면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일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흙을 만들어 농작물이나 나무가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농업분야는 2030년까지의 탄소감축 목표를 160만톤(감축수단 활용 90만톤·자연감소 70만톤)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농업부문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17종(물관리, 비료·양분관리 등) 개발하고, 토지 이용전환 등 현장에서의 자발적 감축사업(6종)도 추진하고 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녹색산업으로서 농업의 역할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중립 노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며 "농업·농촌의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디지털 순환농업,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은 물론 새로운 탄소저장 기술 개발과 보급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계수 산정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농업과학연구원 기후변화평가과 온실가스연구실 최은정 농업연구사(가운데)가 24일 권효숙 농업연구사, 이선일 농업연구사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 사진=정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