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철수' 씨티은행 이사진, 첫 회의…매각, 사업폐지 갈림길

한국씨티은행 개요/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한국씨티은행 이사진이 소매금융 출구전략을 짜는 일에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다. 본사 씨티그룹이 국내에서 소매금융을 접기로 결정한지 12일 만이다. 매각 혹은 사업 폐지의 갈림길에서 조만간 답을 찾을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M&A(인수합병)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논의했다. 유명순 행장을 주축으로 한 이사회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한국씨티은행 이사회는 씨티그룹이 철수하기로 한 소비자금융 사업부문과 관련해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다만 첫날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진 못했다.

이사회는 향후 몇 차례 더 회의를 열어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비샬 칸델왈 씨티그룹 아태지역 프랜차이즈 회계담당임원이 이사회 멤버에 포함된 만큼 본사 씨티그룹과도 의견을 조율하게 된다.

한국씨티은행 이사회 관계자는 "모든 실행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늦지 않게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는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된다"고 알렸다.


한국씨티은행은 이사진을 모으기 앞서 김앤장법률사무소에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출구전략을 준비해왔다. 시장에서는 통매각과 분리매각, 사업 철수 등 시나리오가 모두 가능하다고 본다.

우선 씨티그룹은 일본에서 2014년 소비자금융 전체를 매각한 전례가 있다. 다만 은행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져 현시점에서 통매각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 분리매각에 무게를 두는 건 한국씨티은행이 WM(자산관리) 부문에 특화해서다. 이 때문에 WM, 신용카드 등으로 쪼개서 매각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WM은 은행권 성장동력으로 꼽혀 지방금융지주 등에서 탐낼만 하다는 의견이 있다.

사업 철수의 경우 고용 승계 문제 때문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씨티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는 3500명 수준이고 소매금융만 떼어놓고 보면 939명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과거 영업점을 대거 정리했지만 인력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벌이진 못했다. 폐지하지 못한 퇴직금누진제 등도 부담 요인이다.

더욱이 노조는 '전직원 고용승계, 근로조건 유지'를 내세우고 연일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총파업까지 염두에 뒀다. 노조의 주장을 담아 금융위원회에 요구서도 전달한 상태다.